▲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 나선 후원 선수 전인지/사진=KL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김)세영(23ㆍ미래에셋)이가 우승하면 정말 좋겠어요."
지난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미래에셋대우 클래식 기간에 만난 한 대회 관계자는 '솔직히 누가 우승할 것 같느냐'는 질문에 곧바로 이렇게 답했다. 당시 김세영은 메인 스폰서가 여는 대회에 출전한 터였다. 김세영은 대회 2라운드 후 본지와 인터뷰에서 "컨디션이 좋다. 최종 3라운드에선 더 좋은 성적을 올리도록 하겠다"며 스폰서 주최 대회 우승에 대한 욕심을 보였다.
김세영은 대회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우승은 '신예' 양채린(21ㆍ교촌F&B)이 거머쥐었다. 후원 선수가 우승할 경우 더 화제가 되는 만큼 최종 성적은 대회 주최 측으로선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었던 결과였다.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앞두고 만난 주최 측 관계자들 역시 "전인지(22)와 김하늘(28), 서희경(30), 박준원(30) 등을 후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 측은 특히 간판스타인 전인지의 우승을 기대했다. 그러나 전인지는 이 대회에서 공동 4위를 기록했다.
선수들에게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를 물으면 그때마다 이구동성으로 "메이저대회"나 "스폰서 주최 대회"라고 말한다. 그러나 후원을 받고 있는 선수가 스폰서 주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경우는 생각만큼 많지 않다.
올 시즌 메인 스폰서 주최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장수연(22ㆍ롯데)이 유일하다. 그는 4월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후 "프로 4년 차에 그토록 원하던 우승을 스폰서 대회에서 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감격해 했다.
장수연은 과거 본지와 인터뷰에서 "트레이너, 매니저 등을 선수별로 붙여주신다. 지유진(37) 감독님은 매 대회 동행하며 선수들을 응원하신다. 그런 부분들에 선수들이 힘을 얻는 것 같다"며 메인 스폰서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장수연에 따르면 트레이너를 선수별로 붙여주는 골프단은 롯데 골프단과 한화 골프단 정도 밖에 없다. 스폰서 주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은 선수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스폰서에 보답하는 길이다.
지난해에도 3명에 불과했다. 장하나(24ㆍBC카드)는 그 해 6월 열린 BC카드ㆍ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우승을 달성했으며 7월에는 전인지가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정상 고지를 밟았다. 9월 열린 한화금융 클래식에서는 후원 선수 노무라 하루(24ㆍ한화)가 우승을 거두며 주최 측을 기쁘게 했다.
사실 메인 스폰서 주최 대회에서 후원 선수가 우승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스폰서 주최 대회에 나서는 선수들은 편안함과 부담감을 동시에 토로하곤 한다. 전인지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두고 "집 같은 대회"라고 말한 바 있다. 다른 많은 선수들 역시 메인 스폰서 주최 대회에 출전할 때는 평소보다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자칫 승부욕이나 긴장의 끈을 다소 내려놓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승에 대한 큰 부담감을 호소하는 선수들도 있다. 조정민(22ㆍ문영그룹)은 7월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2라운드 직후 "스폰서 주최 대회라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흔히 대회를 앞두고는 주최 측의 후원을 받는 선수들의 면면이 부각돼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도 스폰서 관계자 등이 평소보다 열렬한 응원을 보내는 경우가 있어 선수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스폰서 대회에서는 후원 받고 있는 선수가 오히려 우승을 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스폰서 대회의 역설'인 셈이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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