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으로 상처 받은 일본인들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일본에서 1,00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절찬 상영 중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43)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8월 개봉해 올해 일본에서 가장 좋은 흥행 성적을 올리며 화제작으로 떠오른 ‘너의 이름은’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을 받았다.
신카이 감독은 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너의 이름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2011년 발생한 일본 대지진이 계기가 되어 이번 작품을 만들었다”며 “일본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행복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너의 이름은’은 산골마을에서 사는 여고생 마츠하와 도쿄에 거주하는 남고생 타키가 어느 날 갑자기 서로의 몸이 뒤바뀌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1주일에 두 세 번 몸이 바뀌어 전혀 다른 일상생활을 보내던 두 사람은 그렇게 적응해가며 변화를 받아 들인다. 그러나 산골마을에 떨어진 혜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고 마을이 사라지자 두 사람은 시공간이 뒤바뀌는 사건을 마주하며 혼란에 빠진다. 이 때 1,200만년 만에 지구에 떨어진 혜성으로 인해 마을이 사라지는 자연재해는 일본 지진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신카이 감독은 “대지진은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그 뒤 일본의 많은 부분들을 변화시켰다”며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내가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일본의 멍든 사람들의 기도와 바람 등을 영화에 불어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감독의 바람이 통한 것일까. ‘너의 이름은’은 지난 8월 개봉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일본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폭발적인 반응이 일으키기 전 ‘너의 이름은’을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한 부산영화제 측도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강수연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처음 이 영화를 프로그래밍할 때는 일본에서 크게 성공하기 전이었다”며 “나와 프로그래머들이 이 영화를 보자마자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흥행 성공을 예견했다”고 밝혔다.
1999년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로 데뷔한 신카이 감독은 ‘별의 목소리’(2002),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2004), ‘초속5센티미터’(2007), ‘언어의 정원’(2013) 등으로 인정받으며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로 불리는 차세대 감독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3)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이다.
신카이 감독은 ‘포스트 하야오’라는 수식에 대해 “저 자신은 굉장히 쑥스러운 과대평가가 아닌가 싶다”며 “미야자키 하야오는 아무도 도달하지 못하는 거대한 존재”라고 말했다.
내년 1월에는 국내에도 개봉될 예정임을 알린 그는 “300관 규모로 개봉될 것으로 들었다”며 “일본에서 늘고 있는 자연재해가 하나의 모티브가 됐는데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 기대가 된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남녀의 몸이 바뀌는 에피소드로 각본을 쓰던 도중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보며 상당한 자극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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