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돼 강경 정책 쓰면
멕시코 경제에 불안요소로
멕시코는 최근 몇 년간 한국 기업이 아메리카 대륙의 ‘신생산기지’로 주목한 국가다. 2014년에는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에 새 기아자동차 공장이 대규모로 들어서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멕시코가 새로운 생산기지로 떠오른 이유는 ▲지리적으로 미국과 멀지 않은데다 NAFTA로 인해 무관세로 북미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콜롬비아ㆍ칠레ㆍ브라질 등 다른 남미국가보다 노동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산업구조개혁 정책으로 해외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방성의 확대는 해외의 정치ㆍ경제 상황에 민감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올해 멕시코 경제는 국제유가의 하락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파동 등의 여파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멕시코 화폐 페소화의 가치는 9월 들어 1달러당 20페소까지 떨어졌다.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3년간 꾸준히 증가하던 국내총생산(GDP)도 2016년 2분기 들어 전분기대비 첫 하락을 맛봐야 했다.
가장 큰 불안 요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등장이다. 국경에 벽을 세우라”는 상징적인 발언으로 요약할 수 있는 트럼프의 대(對) 멕시코 발언과 정책은 미국 내 히스패닉 유권자뿐 아니라 멕시코 국민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트럼프는 제조업 종사자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주원인으로 중국과 더불어 멕시코를 지목했으며, 국경지대에서 미국으로 넘어와 일하는 멕시코인들을 ‘범죄자’ ‘불법이민자’로 규정했다. 트럼프는 8월 31일 멕시코시티를 방문해 니에토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미국은 불법 이민과 무기, 마약밀매를 막기 위해 자국 영토에 장벽을 설치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선 니에토 대통령이 트럼프의 발언에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대화 가능성’만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자 멕시코 국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트럼프의 멕시코 초청을 기획한 루이스 비데가라이 재무장관은 부정적 여론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2012년 취임 당시 50% 이상의 지지율을 구가했던 니에토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는 30%대로 주저앉았다. 2018년 대선을 2년 앞둔 멕시코 니에토 정부의 운명이 미국 대선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