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계와 고대사학계가 공동으로 8일 이화여대 인문관에서 고고학ㆍ역사학협의회 제1차 학술대회를 열어 ‘위대한 상고사’를 앞세운 유사 역사학계의 대두를 비판했다.
하일식 연세대 교수는 이날 ‘상고사 부풀리기의 부당성과 위험성’ 주제발표에서 고조선의 드넓은 영토를 핵심으로 하는 ‘위대한 상고사’ 주장 등 유사 역사학이 권력과 연결되는 조짐이 나타났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환단고기’ 문구를 인용한 것을 그 징후로 봤다.
하 교수는 그 해 6월부터 2년 넘게 활동한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 특위’에서도 그런 모습이 드러났고, 이어 정부는 상고사 연구에 거액의 연구비를 투입했으며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결정하면서 상고사 보완 의지를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대한 상고사’ 주장의 위험성을 1990년대 ‘다물민족주의’ 사례로 이야기하면서 “대중을 몰이성적 상황으로 몰아갔을 때 현실의 역사가 불행한 방향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열 숭실대 교수는 ‘홍산문화, 시각과 쟁점’ 발표에서 중국 홍산문화와 고조선 역사를 무리하게 연결해 고대사를 확장하려는 시도를 비판했다. 홍산문화는 기원전 4,500년께부터 지금의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일대에 나타난 신석기문화다. 고조선이 문자기록에 나타나는 시기는 중국 전국시대(기원전 453∼기원전 221년)부터이고, 홍산문화는 그 훨씬 전인 기원전 3,000년께 소멸했다. 이후 홍산문화 근거지에서는 문화 공백기가 나타났고 중원ㆍ북방에서의 인구ㆍ문화 유입도 확인되는데도 2,500년 동안 홍산문화 공동체가 존속하고 정체성이 유지됐다는 가정은 난센스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역사학계가 ‘민족주의적 고고학’ 방법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종일 서울대 교수는 ‘민족주의적 고고학의 이론과 방법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에서 뚜렷한 경계를 갖는 유형ㆍ문화를 설정하고 이를 종족ㆍ민족과 관련 짓는 방법론은 이론적 기반이 튼튼하지 않을뿐더러 결과 역시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료를 합리적ㆍ포괄적으로 해석하려는 전문연구자의 견해 대신 낭만적 애국심과 국수주의적 감성에 호소하는 가설이 훨씬 강한 대중적 호소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며 경계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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