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량 급감으로 구하기 힘들어진 국산 낙지의 자리를 수입산 주꾸미가 빠르게 꿰차고 있다.
9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까지 연간 1만4,000톤 안팎이었던 국산 낙지 생산량이 지난해에는 3분의 1도 안 되는 4,000여톤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 낙지 생산량 감소는 갯벌 오염과 고수온, 가뭄 등 해양환경 변화가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낙지는 다른 어류에 비해 산란량이 100여개 수준으로 적은 데다, 까다로운 번식 습성과 먹이인 칠게가 줄어든 것도 개체수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제철인 가을이 왔어도 가락시장이나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는 국산 낙지가 자취를 감췄다. 올 상반기까지는 비록 소량이지만 거래가 이뤄지던 국산 낙지는 지난 8월부터 거래 자체가 거의 끊긴 상태다. 그나마 잡히는 낙지는 산지에서 대부분 소비되고, 시중 식당 등에서 팔리는 낙지의 90% 가량은 중국산으로 알려졌다.
국산 낙지가 사라진 자리는 중국산 낙지와 태국산 주꾸미가 차지했다. 국산 낙지 소매가는 100g당 3,300~3,500원선인데, 중국산 낙지는 1,400원이고 태국산 주꾸미도 1,450원선에 불과하다. 특히 국산과 맛이 크게 차이 나는 중국산 낙지보다도 식감이 비슷한 태국산 주꾸미가 인기가 매섭다.
2012년 이마트의 낙지 매출은 32억원, 주꾸미는 25억원으로 낙지가 더 많이 팔렸지만 지난해에는 낙지 21억원, 주꾸미가 55억원으로 전세가 역전됐다. 올해도 1~9월 이마트의 낙지 매출은 21억원, 주꾸미는 41억원으로 주꾸미가 2배 가까이 앞서고 있다. 이마트의 태국산 주꾸미 수입량도 2012년과 비교해 3배나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산 낙지는 가격도 비싸지만 어획량 자체가 워낙 적어 물량 수급조차 쉽지 않다”며 “올 가을엔 물량을 확보할 수 없어 판촉행사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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