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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막말 병(病)

입력
2016.10.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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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4월 20대 총선 때 지역구인 강원 춘천에서 낙승이 예상됐다. 총선 전 실시된 두 차례 조사에서는 상대인 더민주 허영 후보를 더불스코어로 앞섰다. 하지만 막상 개표에 들어가자 엎치락뒤치락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시소게임이 펼쳐졌고, 새벽녘에야 4.6%차 신승을 거뒀다. 중앙당의 공천 파동 외에도 그의 주홍글씨가 된 막말 논란의 영향이 컸다. 그는 19대 국회에서만 의원 품위 손상과 타인의 명예 훼손을 이유로 윤리위에 4건의 징계안이 제출됐다. 강원시민사회단체에 의해 낙선 대상자로 꼽히기도 했다.

▦ 재선에 성공한 직후 김 의원은 “더 중량감을 갖고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해 나름 변화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그의 거친 막말은 20대 국회에서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4일에는 고 백남기 농민이 숨지던 날 그의 둘째 딸이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 중이면서 “오늘 밤 촛불을 들어 주세요. 아버지를 지켜 주세요”라고 페이북에 올린 ‘몹쓸 사람’으로 몰아갔다. 시댁 가족 행사에 참석 중인 그녀의 실제 상황을 교묘하게 비틀었다. 그의 언니는 김 의원에게 “부디 ‘사람의 길’을 포기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 위원장에게는 사실상 간첩에 빗대는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탈북을 공개 권유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군의날 기념사에 대해 박 위원장이 “대북 선전포고”라고 한 것을 문제로 삼았다. 박 위원장과 국민의당이 반발하자 이번에는 “왜곡과 선동으로 눈이 삐뚤어졌는데 뭔들 제대로 보이겠나”고 했다. 한쪽 눈이 불편한 박 위원장의 신체적 아픔을 일부러 끌어다 붙인 것으로 비친다. 누가 봐도 야비한 인신공격이다.

▦ 김 의원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공직생활을 했다. 번듯한 이력을 가진 그의 입에서 상식에 한참 못 미치는 막말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있자면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세월호 참사 때는 유족 가슴을 후비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청와대와 조선일보 다툼 와중에 혼자서 송희영 전 주필의 비리 의혹을 연일 제기한 것도 뜬금 없어 보였다. 상식이나 양식과 동떨어진 막말이나 인식공격은 평범한 다수를 화나게 만든다. 정치인에게는 큰 손해다. 그런데도 막말을 일삼는 것은 습관일까 병일까.

이계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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