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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New RP, CGB, and others(바뀌는 영국 표준 발음)

입력
2016.10.0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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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표준 발음이 바뀌고 있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영국의 표준처럼 알려진RP(Received Pronunciation)는 직역해 보면 ‘가장 잘 받아들여지는 발음’이라는 의미였는데 실제 내용을 보면 정반대였다. RP는 50년 전 BBC에서 들을 수 있던 발음이고 ‘The Queen’s English’로도 불렸는데 겉으로 보기에 제법 근사하게 들릴 지 몰라도 그야말로 구식 발음이고 ‘정확한 발음과 또박 발음’으로 고착된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일상에서 RP 억양으로 말하는 영국인은 100명 중 한두 명에 불과하다. 보통 사람들의 실제 발음과는 거리가 멀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에는 RP 대신 Upper RP, Refined RP(더 나은 RP), Advanced RP(더 개선된 RP) 식의 이름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Neutral British English accent, General Britich English) 같은 낯익은 용어도 나왔다. 새로운 명칭 General British나 Conspicuous General British(CGB)는 미국의 ‘표준 억양’ General American(GA)과 견줘보자는 차원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에도 동부, 남부, 기타 지역의 사투리 억양이 있지만 어딜 가도 대중적 미국 발음은 이해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그래서 ‘표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미국인의 대중적 발음’라고 부르고 있다. 이제 영국도 RP대신 대중적 중산층 발음을 가상의 표준으로 제시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영국내의 사투리 수가 전 세계 영어의 방언보다 더 많은 현실에서 ‘General British’라는 말이 과연 성립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사실 억양은 옳고 그름이라는 기준으로 판단할 수도 없거니와 완벽한 발음은 지구상에 없다. 따라서 남의 발음을 놓고 right or wrong으로 단정지을 수도 없고 심판을 내리듯 함부로 말해서도 안 된다. 다만 영국에서는 몇 십 ㎞만 가도 사투리 억양이 나타난다. 크게 지역으로 구분을 하면 Northern, West Country, Welsh, Scottish, Scouse, Geordie, Cockney 등의 사투리 발음이 뚜렷하게 존재한다. 영국은 영어 종주국으로 수많은 세계 식민지에서 영국 영어를 외쳐왔다. 그러나 이제는 왕실 영어나 BBC 영어 같은 고리타분한 명칭 대신 ‘대중적 발음’, ‘영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발음’을 기준으로 삼으려 하고 있어 격세지감을 느낀다.

억양만 듣고 ‘She sounds posh, You sound so sexy, You’re uneducated’처럼 말하던 영국의 언어 문화에는 언어에 대한 편견이 자리잡고 있었다. 어느 18세 영국 여성은 자신의 몸에 밴 posh accent를 버리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posh 억양으로 말하면 부자이고 귀족 출신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에서 neutral accent(중립 발음) 얘기가 나오는 것은 사투리 억양이 없는 발음이 가장 듣기 쉽고 호감이 가기 때문이다.

고착된 RP 억양 대신 시대에 따라 변하고 대중적인 발음을 Conspicuous General British(CGB, 또렷한 영국의 대중적 발음)라고 부르는 것은 커다란 발전이다. 영국 남부의 London 발음은 북부 억양과 비교되면서 그 동안 ‘서민 발음’, ‘노동자의 발음’으로 무시 당했다. 하지만 이제는 템스 강의 여러 도시와 함께 벨트를 형성하는 런던 서민층의 대중적 발음이 표준 발음이 되면서 London 주변의 Estuary Accent가 새로운 RP라는 인식이 퍼져가고 있다. 결국 앞서 말한 CGB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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