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론까지 거론되는 상황
금산유착 시선 등에 부담감
연회비 인하 협상ㆍ납부 중단에
아예 탈퇴 여부 검토까지
최근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들의 모금을 주도해 ‘해체론’까지 거론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대해 회원사인 국책은행들이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다. 당장 탈퇴는 부담스럽긴 하지만, ‘금산 유착‘(금융과 산업 유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탓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수은)은 최근 전경련을 상대로 연회비 인하 협상을 벌이고 있다. 1976년 네트워크 구축과 교류 협력을 목적으로 전경련에 가입한 수은은 매년 연회비 2,100만원을 꼬박꼬박 납부해왔다. 하지만 최근 각 공공기관들의 전경련 연회비 규모가 공개된 것이 화근이 됐다. 같은 국책은행이면서도 수은보다 자산 규모가 두 배 이상에 달하는 산업은행(산은)의 연회비가 1,156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수은 관계자는 “연회비를 최소한 산은 수준으로 맞춰달라고 전경련에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산은은 아예 전경련 회비 납부를 중단한 상태다. 매년 1월 400만원 안팎의 회비를 내고 나머지 달에는 다달이 60만원 가량을 전경련에 납부하는 산은은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이 불거진 지난 5월부터 회비 납부를 하지 않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재계 이익단체에서 활동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다만 곧바로 탈퇴할 수는 없어 일단 회비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에 1968년에 가입해 국책은행 중 가입 기간이 가장 긴 기업은행은 실무진 차원에서 전경련 탈퇴 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앞서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관련 질의에 “전경련 탈퇴를 검토해보겠다”고 답한 데 따른 것이다. 기은 측은 “담당 부서에서 탈퇴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권 행장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10일쯤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들이 앞다퉈 전경련과 거리 두기에 나서는 것은 공공기관, 특히 국책은행이 재계단체에 가입할 경우 이해상충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기업 구조조정에 앞장서는 국책은행의 특성상 재계와 이해 관계가 상충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렇다고 먼저 총대를 메고 전경련에서 탈퇴하는 것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책은행들로서는 적잖은 부담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당장 전경련에서 탈퇴하면 국책은행이 미르ㆍK스포츠와 청와대가 연계돼 있다는 야당 측 주장에 동의하는 듯한 모양새”라면서 “아무래도 탈퇴의 명분이 좀 더 쌓여야 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한편 농협은행을 제외한 민간의 주요 시중은행들은 모두 전경련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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