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A매치(국가 대항전)에서 선수를 소개할 때 관중석에서 나오는 함성 소리는 인기의 바로미터다. 과거 가장 큰 데시벨(dB)을 받은 선수는 단연 박지성(35ㆍ은퇴)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두말할 것도 없이 지금 한국축구는 손흥민(24ㆍ토트넘)이 대세다. 그의 얼굴이 전광판 영상에만 잡혀도 엄청난 박수가 쏟아져 나온다.
손흥민이 이름값을 했다.
한국은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카타르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에서 후반 12분 손흥민의 결승골에 힘입어 가슴 서늘한 3-2 재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전반 10분 만에 기성용(27ㆍ스완지시티)의 중거리 슛 선제골로 앞섰지만 15분과 44분 상대 하산 알 하이도스(27)와 우루과이 출신의 귀화 선수 세바스티안 소리아(33)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전반을 1-2로 뒤진 채 마쳤다. 불길한 기운이 엄습하던 후반 10분 지동원(25ㆍ아우크스부르크)의 동점골에 이어 2분 뒤 손흥민이 승부를 결정짓는 득점을 만들어냈다.
한국은 일단 목표였던 승점 3을 따며 2승1무(승점 7)를 마크했다. 11일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릴 이란과 원정 4차전에 대한 부담을 한결 덜었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평정하고 돌아온 손흥민은 이날도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기성용의 첫 골도 손흥민이 도왔다. 상대 왼쪽을 흔든 뒤 패스를 내줘 기성용에게 공간을 만들어줬다. 결승골은 작품이었다. 기성용의 스루패스도 절묘했고 터치 없이 그대로 오른발로 감아 차 골키퍼가 꼼짝할 수 없는 코스로 밀어 넣은 손흥민의 슛도 일품이었다.
기성용도 승리의 일등 공신이다. 이날 1골 1도움 외에도 경기 내내 듬직하게 중원을 지켰다. 그는 전반 선제골을 넣은 뒤 관중석을 향해 두 팔로 하트를 만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직접 경기를 보러 온 아내 한혜진 씨를 위한 세리머니였다. 기성용의 A매치 득점은 작년 11월 라오스와 2차 예선(5-0 승) 이후 11개월 만이다.
슈틸리케호는 안방에서 승리를 따냈지만 수비는 합격점을 주기 힘들다.
전반 초반 득점 뒤 잇달아 또 두 골을 헌납했다. 첫 번째 실점은 홍정호(27ㆍ장쑤 쑤닝)의 수비 실수가 빌미가 돼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두 번째 실점은 상대가 빠른 역습을 펼칠 때 스피드 싸움에서 완전히 뒤졌다. 현장에서 경기를 본 박경훈 전 제주 감독은 “중앙수비는 서로 스타일이 다를 때 위력이 배가된다. 한 명이 거칠게 공격수를 막고 다른 한 명은 영리하게 전체 흐름을 볼 줄 알면 이상적이다. 한국의 김기희-홍정호 콤비는 그런 면에서 좀 아쉽다”고 지적했다. 특히 홍정호는 이날 여러 차례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퇴장까지 당했다. 한국은 최종예선 3경기에서 중국과 카타르를 상대로 안방에서 각각 2골을 허용했다. 수비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러시아행을 장담하기 힘들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도 오른쪽 수비수로 장현수(25ㆍ광저우 R&F)를 내세웠다. 장현수는 원래 중앙수비 전문인데 슈틸리케호에서 줄곧 오른쪽 수비를 보고 있다. 선수도 자기 옷이 아닌 듯 불만족스러운 듯 보였고, 팀 전술에도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소집에 앞서 “장현수를 원래 자리인 중앙수비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정작 실전에서는 예전과 똑같은 선택을 했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슈틸리케 감독이 고광민(28ㆍ서울)이나 정동호(26ㆍ울산) 같은 국제 무대에 검증되지 않은 선수를 투입하는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박경훈 전 감독은 “현대 축구에서는 양쪽 풀백이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하는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다. 이제는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한편 일본은 이날 이라크를 힘겹게 꺾고 2연승을 이어갔다. 일본 축구 대표팀은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B조 이라크와 홈 3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일본은 안방에서 값진 승점 3점을 획득했다. 이날 일본은 전반 26분 기요타케의 패스를 하라구치가 오른쪽 골라인 부근에서 침착하게 골로 마무리하면서 첫 득점했다.
그러나 이라크도 만만치 않았다. 후반 8분 아트완을 빼고 카밀을 투입하면서 반격을 꾀했고 후반 15분 프리킥 상황에서 압둘아미르의 헤딩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됐다. 다급해진 일본은 맹공을 전개하다 후반 추가시간 야마구치의 극적인 결승골이 터지면서 천신만고 끝에 2-1로 이겼다.
수원=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ㆍ정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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