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게 숨 쉬는 동해 바다와 인고의 세월을 버텨낸 바위를 벗 삼아 걸어보세요.’
2,300만년 전 동해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강원 강릉시 강동면 ‘바다부채길’이 17일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부채길(2.86㎞)은 해돋이 명소인 정동진에서 심곡까지 이어지는 해안단구(천연기념물 제437호) 탐방로. 해안단구 북쪽으로는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과 정동진 기차역, 남쪽으로는 국내 최고의 해안드라이브 코스인 헌화로와 접해 있다. 그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해안경비를 위한 군(軍) 경계용으로만 사용돼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돼 왔다.
바다부채길은 강릉 출신 소설가 이순원(58)씨가 제안한 이름이다.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놓은 듯한 지역 특징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한데다, 청정 동해의 시원함을 강조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이곳은 산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2,300만년 전 지각변동으로 일본이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가 동해가 생겼다는 학설의 근거일 뿐 아니라, 5개의 해안 단구면이 해수면 변동과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된 흔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강릉시가 이곳을 일반에 개방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국방부 협의와 함께 천연기념물인 해안단구를 훼손 없이 정비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는데 2년이 걸렸다.
뿐만 아니라 공사과정에서 육로가 없어 바지선으로 자재를 공급해야 했고, 지난해 11월에는 8m 높이의 너울성 파도가 탐방로를 덮쳐 애써 만든 탐방로 일부가 흔적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절대 비경을 품은 해안 산책로가 2018동계올림픽을 통해 전세계인에게 깊은 감동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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