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독일 제약사로부터 8,500억원대 기술수출 계약 해지 통보를 받기 전에 이미 관련 정보가 카카오톡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출됐다는 제보가 금융당국에 접수됐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제보가 접수된 만큼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 독일 당국의 협조를 얻어 베링거인겔하임을 상대로 조사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당국은 지난달 29일 장 마감 후 나간 1조원 규모 기술 수출 호재 공시 역시 관련 정보가 사전에 외부로 흘러나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에 제보된 한미약품 기술수출 계약 파기 관련 카톡 대화 내용이 오간 시간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53분이다. 해당 카톡은 ‘한미약품이나 한미사이언스 내일 건들지(건드리지) 마라, 내일 계약파기 공시 나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미약품이 독일 제약사로부터 계약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오후 7시6분보다 13분 빠른 시간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사한 제보가 여러 건 접수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문제의 SNS 대화 내용이 사실이라면 회사 내부에서는 계약 취소 통보를 받기 전부터 계약이 깨질 것을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악재 공시에 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누군가가 내부 정보를 외부로 흘렸으며, 이를 위해 악재 공시를 늦게 띄웠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자조단은 한미약품의 설명대로 지난달 29일 오후 7시6분에 정확히 독일 제약사로부터 계약 취소 통보를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독일 당국의 협조를 얻어 베링거인겔하임을 상대로 취소 통보를 보낸 시점부터 계약 파기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당국은 지난달 29일 장 마감 후 호재 공시가 나가기 전 관련 정보가 외부로 샜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13일 54만9,000원이던 주가가 별다른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같은 달 29일 62만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 기간 주식을 매매해 차익을 챙긴 계좌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에 대해 대량으로 공매도 주문을 낸 기관은 외국계 증권사인 유비에스에이쥐와 모건스탠리 두 곳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공매도 당사자가 아닌 공매도를 대행해 준 증권사일 가능성이 커 실제 공매도 주체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태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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