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일 겪은 부산영화제라 관객과 더 소통하고 싶습니다.”
재중동포들의 정체성(‘망종’)과 이주노동자들의 아픔(‘풍경’) 등을 그린 사회 비판적인 작품으로 대중을 만났던 장률(52) 감독이 대중적인 영화 ‘춘몽’으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장 감독은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영화제 개막작 ‘춘몽’ 기자회견에서 “부산영화제가 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이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사랑하는 마음뿐이다. 변한 건 없다”고 밝혔다. 2년 전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싸고 시작된 영화제측과 부산시의 갈등을 언급하면서도 영화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것이다. 장 감독은 “보통 영화제의 개막작은 무겁지 않은 영화들을 선정하는 데 이번에도 ‘춘몽’을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으로 본 듯하다”며 “‘춘몽’은 이전 영화들보다 관객들과의 거리가 더 가까워진 작품”이라고 밝혔다. 2005년 ‘망종’으로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린 장 감독은 같은 해 부산영화제 뉴커런츠상을 받으며 부산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춘몽’은 현실 비판적인 전작들과 달리 절제미와 유머를 담아 훨씬 여유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영화감독들을 주인공을 내세운 점도 흥미롭다. 서울 수색역 인근 미개발 지역에 사는 익준, 정범, 종빈(모두 감독으로 본명 그대로 나온다)은 작은 선술집을 운영하는 젊은 여자 예리(한예리)를 마음에 두고서 서로 어울리는 사이다.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 감독이 각각 자신들이 연출한 영화 속 인물들을 떠올리게 하는 배역들이다. 시장을 어슬렁거리는 한물간 건달 익준은 ‘똥파리’의 상훈을 닮았고, 밀린 월급도 받지 못하고 공장에서 쫓겨난 정범은 ‘산다’의 일용노동자와 다르지 않다. 어리바리한 집주인 아들 종빈은 ‘용서받지 못한 자’의 이등병을 떠올리게 한다. 장 감독은 “그들이 연출한 영화 속 캐릭터를 따왔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강수연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젊은 감독들의 연기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건 관객으로선 매우 행복한 일”이라며 “‘용서받지 못한 채 똥파리로 산다’라는 제목이 어떠하겠느냐고 우스갯소리도 했다”고 밝혔다.
장 감독은 “관객과의 거리가 멀다고 잘 못된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며 “소통하려는 자세와 태도가 좀 변했으나 내 마음이 변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 참석하기까지 마음이 무거웠던 게 사실”이라며 “나 역시 (그 시련의) 한 가운데 있는 사람으로서 걱정도 되고 고민도 많았지만, 이번 ‘춘몽’ 개막작이 영화제의 좋은 시작이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부산=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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