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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엄태구, '밀정'으로 소원 푼 9년 차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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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엄태구, '밀정'으로 소원 푼 9년 차 배우

입력
2016.10.06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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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엄태구는 영화 '밀정'에서 일본경찰 하시모토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극중 송강호와 맞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데 실제 촬영장에서는 '송강호 바라기'였다. 회식 때도 자리를 눈여겨보다가 송강호 옆에 쪼르르 달려가 앉았고, 중국 임시정부청사를 견학 가는 날에도 송강호의 뒤를 따랐다. 촬영 내내 송강호를 관찰하며 배우고 느낀 것은 '연기의 즐거움'이었다. 엄태구는 영화 개봉 후에도 식지 않은 '송강호 사랑'을 인터뷰 자리에서 열렬하게 펼쳤다. 황지영기자 <a href="mailto:hyj@sporbiz.co.kr">hyj@sporbiz.co.kr</a>

-인터뷰 대답이 '기승전 송강호'다.

"선배는 한 마디로 정말 최고다. 정말 좋은 점이 많다.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는 교과서적인 말을 현실에서 실천하고 계신 분이다."

-송강호의 무엇이 그렇게 좋았나.

"내가 긴장한 모습을 보이면 계속 웃겨준다. 아재개그와는 비교가 안 되는 고급 유머를 구사한다. 선배가 나를 배려하고 존중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 감사했다."

-촬영 외적으로는 어땠나.

"회식을 한다기에 송강호 선배 옆에 앉아야지 계속 생각을 했다. 그런데 다행히 날 자리로 불러줘 옆에 앉았다. 술을 못 마셔 걱정하고 있었는데 '태구는 술 잘 못 마신다'며 딱 방어막을 쳐줬다. 그런 배려는 처음 받아봤다. 선배는 연기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훌륭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 이렇게 술자리가 많은 현장은 처음이었는데 그 회식 모두 좋았다."

-스크린에서는 송강호를 집어 삼킬 듯 노려봤다.

"선배가 잘 이끌어준 덕분이다. 관객들은 악역이라고 하는데 연기한 입장에서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캐릭터에 몰입했기 때문에 하시모토가 해내야 할 목표에만 집중했다."

-얼굴 살이 하나도 없어 더 무섭게 느껴졌다.

"부담감에 살이 쏙 빠졌다. 김지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과 송강호 선배에게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있었다. 극도의 긴장감이 몰려올 &#46468;는 구석에 가서 온몸을 쳤다. 다리가 후들거릴 때마다 가만히 있으라고 허벅지를 때렸다. 혼자 조용히 하고 나오는데 송강호 선배를 다시 보자마자 몸이 떨리더라."

-가장 중점적으로 표현한 장면이 있다면.

"딱히 꼽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냥 매 장면 살아 있으려고 노력했다. 기차신에서도 '여기서 놓치면 경성까지 가서 폭탄이 터진다. 그럼 하시모토 인생은 끝이다. 의열단은 총도 가지고 있다. 정신차리자' 하는 말들을 속을 되뇌며 몰입했다."

-일본 경찰을 연기하며 되레 애국심이 샘솟았을 것 같다.

"악독해야 할 순간엔 울컥하지 않았다. 작품에 해가 되니까. 감정을 잘 추슬렀다. 보기 싫은 전범기를 보면서도 촬영 때만큼은 하시모토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송강호 선배와 중국 임시정부청사에 다녀왔는데 그 때 가장 울컥했다. 목까지 감정이 밀려와 숨 쉬기 힘들었다. 견학하고 나서 의열단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웃음)."

-촬영 마지막 날은 기억나나.

"송강호 선배보다 먼저 중국 촬영이 끝났다. '잘했다, 서울 가서 보자' 하면서 등을 두드려 주는데 그 한마디가 울컥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칭찬이다."

-영화감독인 형 엄태화에게도 칭찬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함께 작품한 '잉투기' 때를 말하는 거라면 아니다. 오히려 형은 더 운동을 안 할 것 같은 이미지를 원해서 캐스팅을 반대했다. 그 작품 찍으면서 든 생각은 '이거 잘 안 되면 우리 집이 기울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걱정이었다."

-예상과 달리 '잉투기'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류승완-류승범 형제에게 긴장감을 안긴 듯하다.

"그 대단한 분들과 비교 자체가 불가할 것 같다. 그런 언급이 감사할 뿐이다. 나는 형이 미술하는 줄 알았고, 나는 형한테 연기하고 싶다는 말을 꺼낸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이 전화로 삭발 연기 하라고 했던 게 함께 찍은 첫 단편영화다. 원래 예정된 배우가 삭발을 못하겠다고 해 급하게 들어갔다(웃음). 나는 당시에 연극을 하고 있었고, 형은 그때 감독지망생이자 백수여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형은 날 악역으로는 안 쓰더라. 형은 나를 10분의 1도 모르는 것 같다. 하하하."

사진=이호형 기자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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