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중증질환 기존 비급여 진료
483항목 적용 대상에 편입 성과
부분 틀니ㆍ임플란트까지 확대 등
고령자 의료부담 완화 노력에도
전체 의료비 보장률은 개선 과제
주부 강모(40)씨의 시어머니는 지난해 3월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강씨 부부는 당장 서울 대형병원의 유명 전문의 특진을 예약했지만, 넉넉지 않은 살림에 암 수술 및 입원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더구나 의사는 수술 후 고가의 표적항암제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내놨다.
고민은 막상 어머니를 입원시키자 풀리기 시작했다. 1회 20만원이 넘는 초음파검사 비용으로 5,000원만 청구 받고 나서 강씨는 암 진료비는 환자가 5%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책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술 후 6인실이 꽉 차 부득이 4인실에 환자를 모셨을 때도 건강보험 보장 덕에 하루 2만원만 냈다. 퇴원 때 1,000만원 이상을 각오했던 병원비는 300만원 정도로 마무리됐다.
무사히 수술을 마친 시어머니의 항암 치료도 순조롭다. 1회 치료에 500만원을 호가했던 표적항암제들이 최근 건강보험 보장 항목에 추가돼 환자 부담금이 10만~20만원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강씨는 “시어머니가 조금 더 일찍 편찮으셔서 이러한 지원을 하나도 못 받았더라면 그 비싼 치료비를 어떻게 감당했을까 싶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올해 집권 4년 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의 역점 사업으로 꼽힌다. 필수의료 보장 강화, 고액 비급여 진료 해소, 취약계층 의료지원 강화를 목표로 ‘중기(2014~2018) 보장성 강화 계획’을 제시한 정부는 그 핵심 사업인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 보장 강화 정책을 올해 마무리하는 한편, 난임 가정 출산지원 강화, 치매 및 척추ㆍ관절질환 급여 확대 등으로 보장 영역을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강씨 사례에서 보듯 중증질환 보장, 의료 비급여 영역 축소 등을 통해 의료비 절감 체감도를 높였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건강보험 보장비율이 전체 의료비에 비해 여전히 낮은 점(2014년 63.2%)은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현 정부 출범 첫해 시작된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는 지난 8월까지 약제, 검사, 치료법 등 기존 비급여 진료 483항목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편입하는 성과를 냈다. 올해도 연말까지 유도초음파, 수면내시경, 고가 항암제 등 200여개 비급여 항목에 건강보험이 적용될 예정이다. 환자가 모든 비용을 내야 했던 비급여 진료가 본인부담금 5~10%의 건강보험 보장 대상이 되면서 환자 부담 경감액은 7,03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범위도 대폭 확대됐다. 경력 10년 이상 전문의가 수술·진료를 할 때 환자에게 건강보험 수가의 20~100%를 추가 부과했던 선택진료에 대해 정부는 부과비율을 최고 50%로 낮추고, 제도 시행 전 80%였던 병원별 선택의사 지정 범위를 33%까지 낮췄다. 또 병실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일반병상을 6인실에서 4인실 이하로 확대하고, 종합병원의 일반병상 의무 확보 비율을 50%에서 70%로 확대했다. 병실료에 하루 1만원만 추가 부담하면 간병 서비스까지 제공되는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 사업 확대는 입원환자 가족의 간병 부담을 줄여줄 전망이다.
고령자 의료부담 완화도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의 주요 목표다. 정부는 완전 틀니에만 지급되던 건강보험 급여를 부분 틀니(2013년 7월), 임플란트(2014년 7월)로 점차 확대하고, 급여 적용 대상도 70세에서 65세로 낮췄다. 막대한 의료비 발생에 따른 가계 파탄을 막기 위한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제 역시 주로 고령층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지난해 본인 상한액을 넘는 의료비를 냈다가 돌려받은 건강보험 가입자 중 61%가 65세 이상이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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