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 활용 제작 방식 개발
누구든 쉽게 만들고 비용도 저렴
“팔 없어 학교 못 다녔던 중학생
스스로 의수 만들었을 때 보람”
“아빠, 나 손 언제 만들어줄 거예요?”
태어날 때부터 손가락이 짧고 손바닥이 작았던 최현우(11ㆍ춘천 석사초5)군은 지난해까지도 부모에게 이렇게 물었다. 친구들보다 손이 뭉툭했지만 부모가 곧 멋진 손을 만들어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선천적 장애를 차마 설명하지 못해 좀더 크면 손을 만들어 주겠다고 다독인 뒤 속으로 울었다”는 아버지 최예원(46)씨는 올 초 아들에게 정말 ‘손’을 만들어줬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꼭 맞는 전자의수를 제작했고, 연필조차 못 잡았던 최군은 의수를 착용한 뒤 간단한 그림도 그릴 수 있게 됐다.
최씨가 ‘세상에 하나뿐인 의수’를 선물할 수 있었던 건 비영리단체 ‘펀무브’(Fun move) 덕분이다. 펀무브는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스스로 맞춤형 전자의수를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펀무브를 찾아간 최씨는 아들을 위한 의수 제작에 직접 도전했다. 의수 내부의 모터를 조절하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3차원(3D) 프린터 사용법을 익힌 최씨는 아들의 손과 팔 치수를 입력하고 초등학생에게 적합한 디자인을 적용해 보름 만에 의수를 완성했다.
펀무브 전자의수는 다른 의료기기보다 가볍고 저렴하다. 무게 900g에 3,000여만원의 고가인 기존 제품에 비해 300g이나 가볍고 제작비도 15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자신의 치수에 꼭 맞도록 직접 사용해보며 만들 수 있어 환자에겐 더 편리하다.
인터넷에 공개돼 있는 오픈소스(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컴퓨터 코드)를 활용해 전자의수 제작 방식을 고안한 펀무브는 지난 7월 비영리단체의 사회혁신 활동을 지원하는 ‘구글 임팩트 챌린지’의 결승 진출 10개팀에 선정됐다. 덕분에 펀무브는 서울에 사무실을 열고 카카오를 비롯한 여러 기업의 후원을 받아 전자의수 교육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고준호(34) 펀무브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의미 있는 걸 만들어 즐거움을 확산시켜보자는 뜻에서 지난해 4월 시작한 활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고로 팔이 잘려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던 중학생이 우리 프로그램으로 전자의수를 만들어 졸업 발표회 때 친구들에게 직접 선보이며 자신감을 얻는 걸 보고 큰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고 대표는 3D 프린터와 오픈소스 등을 모두 독학으로 익혔다.
이에 앞서 펀무브는 제약기업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개최하는 ‘메이킹 모어 헬스 체인지 메이커’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보건의료 분야의 혁신 활동을 발굴해 2,000만원을 지원하는 행사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 관계자는 “단순 기부금 전달이나 일회성 봉사활동에 그치지 않고 사회 사각지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을 돕는 신개념의 사회공헌”이라고 설명했다.
펀무브가 지금까지 새 손을 선물한 장애인은 모두 15명이다. 고 대표는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향후 전 세계에 우리 프로그램을 확산시켜 의수가 필요한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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