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성과연봉제 문제와 관련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사회적 대화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정부ㆍ사용자와 노동계가 극한 대립을 보이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노사 당사자가 모여 사회적 기구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 장관은 4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회적 대화 기구 참여를 독려할 의향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임금체계를 고치라고 국회가 이미 당사자들한테 의무화한 상태인데 (성과연봉제를) 실행하는 것을 다시 대화를 통해 한다는 건 법을 지킬 수 없게 만들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미 과반 이상의 공기업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실행을 해 가면서 입법 관련 부분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말의 맥락이 다소 혼란스럽지만, 지금 시점에서 노동계와 대화하면 성과연봉제의 도입이 늦어질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으로 들린다.
생산성 향상과 근로 분위기 고취를 위해 성과연봉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믿는 정부로서는 섣부른 대화가 노동계에 시간만 벌어 주고 결국에는 성과연봉제 도입 자체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수차례에 걸친 노동계의 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고 이 장관이 이날 라디오에서 대화 거부 발언을 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정부의 고민을 영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경제가 유난히 어려운 마당이니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찾고 싶을 만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노동계와 대화의 문을 닫겠다고 하면 앞으로 과연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성과연봉제 자체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라도 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설령 대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 해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갈등을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 있어 의미가 적다고만 하기 어렵다. 강 대 강 대결에 따른 국민 불편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화는 불가피하다. 대화 없이 노사 혹은 노정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 장관이 야당 대표의 제안을 포함, 대화에 일절 응하지 않을 요량이라면, 어떤 방법으로 파업 문제를 해결할지라도 밝혀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파업을 해서야 되겠느냐며 노조를 비난할 게 아니라 실질적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주무장관이 대화만 피하려고 해서야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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