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해 드라마세트장 이어 영일대 고사분수 철거
유지 보수비 감당 못해 설치 초부터 뒷말 무성
박경열 포항시의원 “지금도 전시행정 많아”
경북 포항시가 관광 명소 조성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혈세를 들여 시설물을 설치한 후 유지보수비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하자 수천만∼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철거, 탁상 전시행정에 따른 예산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포항시는 지난 2007년 16억원의 예산을 들여 영일대해수욕장 앞 해상 250m 지점에 높이 120m의 물줄기를 쏘아 올리는 고사분수를 설치했으나 올 연말까지 7,000만원을 들여 철거키로 했다.
고사분수는 그동안 잦은 고장과 유지비로 해마다 7,500만원 등 지금까지 유지 보수비로 6억7,000여만원의 추가 비용을 지출하면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지난해부터는 핵심 부품인 수중 모터가 고장 나 아예 작동을 멈췄다.
영일대 고사분수는 추진 계획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해상 시설이라 염분으로 인한 부식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포항시는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바다 분수”라며 강행했다. 그 후 고사분수는 잦은 고장으로 제 시간에 가동되지 않아 말썽이 일었고 갑자기 작동된 분수 옆에 서있다 관광객들이 물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청와대를 본 따 만든 포항 북구 흥해 드라마 세트장이 철거됐다. 포항시가 15억 원을 들여 건립한 이 건물은 3년도 되지 않아 안전진단에서 최하 E등급을 받았다. 국민안전처는 ‘즉시 철거’ 명령을 내렸고, 시는 철거비용으로 6,000만원을 지출했다.
포항시의원들은 드라마 세트장 추진 당시 “드라마 편성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세트장이냐”며 거세게 반대했지만 시는 포기하지 않았다. 시는 제작사에 추가 세트장 설치 비용 5억원을 미리 줬다가 드라마가 무산되면서 돌려받기도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드라마세트장에 대해 영화 촬영 등 달리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봤지만 이미 재난위험시설로 판정받아 재사용이 불가했다”고 말했다.
여기다 포항시는 최근 인공 암벽장을 새로 짓는다며 포항 남구 종합운동장에 설치된 폭 18m, 너비 30m의 기존 암벽장 철거 계획을 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05년 포항시가 국제대회를 유치하겠다며 6억원을 들여 국내 최대 규모로 지은 이 건축물은 사무실로 쓰는 일부 공간이 무허가인데다 암벽장 위치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인공 암벽장 건설비는 16억원, 기존 암벽장 철거비는 2억원에 이르면서 논란이 분분하다.
박경열 포항시의원은 “흥해 드라마 세트장과 영일대 고사분수 모두 전임 시장 때 시설이지만 지금도 전시행정으로 낭비되는 예산이 많다”며 “조형물 하나도 면밀히 검토하고 따져본 뒤 신중하게 설치하는 인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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