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는 남자영화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누아르 영화를 남성들이 선호할 것이란 선입견은 ‘아수라’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범죄를 소재로 다루고 남자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하는 데다 폭력성이 짙어 남성적 취향에 가까워 보이지만, 정작 영화를 본 관객 중엔 젊은 여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개천절 연휴 마지막 날인 3일 개봉 6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아수라’의 흥행 배경엔 여성파워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5일 CGV리서치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3일 ‘아수라’를 관람한 관객의 성비는 여성 54.4%, 남성 45.6%로 여성관객 비율이 10% 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여성관객 중에서도 20대가 47.1%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아수라’는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지 않을 영화라는 선입견을 뒤집는 수치다. 20대 여성관객이 ‘아수라’의 흥행을 주도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관객층만 놓고 보면 ‘아수라’는 여성영화라 칭해도 무방해 보인다.
같은 기간 롯데시네마 통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수라’의 관객 성비는 여성이 61%로 남성(39%)보다 훨씬 높았다. 여성관객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36%로 30대(27%)와 40대(25%) 50대 이상(13%)보다 높았다.
‘아수라’만 그럴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 중 역대 최다 관객(915만)을 기록한 ‘내부자들’도 20대 여성이 흥행을 주도했다. CGV에서 ‘내부자들’을 관람한 전체 관객 성비는 여성 56.8%, 남성 43.2%로 여성이 앞섰고, 여성관객 중에서도 20대가 41.2%로 절반에 육박했다. 롯데시네마에선 여성 64%, 남성 36%로 여성 비율이 훨씬 더 높았다. 여성관객 중 20대가 3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아수라’와 ‘내부자들’의 관객 성비 및 연령대 비율이 놀랍도록 닮아 더 눈길을 끈다.
CGV 관계자는 “통념과는 달리 여성들도 액션이나 누아르 장르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된다”며 “영화의 폭력성과 잔혹성을 기피하지 않고 오락으로 즐기는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르적 특성상 남자배우들의 매력이 극대화돼 보여지기 때문에 배우에 대한 호감도도 영화 선택에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분석했다.
앞으로 영화 마케팅 전략이 20대 여성 위주로 변화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경우 7대3 정도로 남성관객이 월등히 많았는데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며 “점차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영화 제작과 마케팅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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