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63.49%... 294표 획득
年 4000억 집행하는 수장으로
평창ㆍ도쿄올림픽까지 이끌어
“머슴으로 일꾼으로 행동하겠다”
이기흥(61)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이 임기 4년의 ‘체육대통령’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기흥 당선인은 6일부터 2021년 2월까지 통합 대한체육회를 이끈다.
5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이 회장은 선거인단 294명(득표율 33%)의 지지를 받아 213표의 장호성(61) 단국대 총장을 제쳤다. 총 892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은 63.49%였다. 이번 선거에 대한 후보들의 인지도가 높지 않고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투표율이 저조할 거란 우려가 많았다. 충남 전국체전 개막(7일) 이틀 전에 선거가 열려 한창 체전 준비에 들어간 선수와 지도자들이 서울로 올라와 투표를 하고 다시 내려가기가 어려운 거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투표율은 예상치를 웃돌았다.
이어 전병관(61ㆍ189표) 경희대 교수, 이에리사(62ㆍ171표) 전 국회의원, 장정수(65ㆍ25표)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의 순이었다.
2000년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을 맡아 체육계와 인연을 맺은 이 신임 회장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대한카누연맹 회장을 지냈고 2010년부터 올해 초까지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당선 직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제 우리는 하나다. 통합체육회를 하나로 녹여내겠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뺄셈이 아니라 너도 참여하고 나도 참여하는 조화로운 통합체육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한 뒤 처음 선출된 체육계 수장이다. 등록 선수 600만 명을 관리하며 연 4,00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그는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의 통합과정을 마무리하고 상생을 유도해야 한다. 지난 3월 통합한 양 단체는 인사와 직원들의 임금 문제 등 양 단체 조직원의 형평성 부문에서 적잖은 잡음을 냈다. 갈등을 풀려면 이 회장의 균형 잡힌 행보가 필요하다. 또한 통합과정에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점도 해결해야 한다. 그는 “(정부와) 총론에선 같은 의견을 냈지만 각론에서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역시 그에게 주어진 큰 과제다. 이 회장은 “체육회 내부적인 일은 상임감사와 사무총장이 해도 충분하다. 나는 (밖으로) 나가서 재정자립과 선수들의 일자리 문제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선거 판세는 안개 구도였다.
투표장에 모인 체육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예측 불가다”라고 입을 모았다. 과거 체육회장 선거는 50여 명의 대의원만 투표에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체육단체 임원과 선수지도자동호인 등이 포함된 선거인단 제도가 도입되면서 무려 1,405명의 선거인단이 이름을 올렸다. 후보자들은 스마트폰과 이메일 등을 통한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날 투표장에는 이에리사 전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역도여왕 장미란(33)과 장호성 총장 캠프에 합류한 여자배구 조혜정(63)과 여자 쇼트트랙 진선유(28) 등이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진행된 소견 발표에서 후보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이 회장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담담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 선수단장으로 역대 원정 대회 최고 성적을 올렸다”며 “통합 과정에서 체육회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딛고 일어섰다”고 말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반면 유력 후보로 꼽혔던 장호성 총장은 의사 전달 능력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평을 들었다. 단국대 관계자는 “체육계 현안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애정도 깊은데 학자 출신이시라 스피치 능력이 조금 떨어진다”며 아쉬워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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