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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차바, 역대 최악 태풍 사라 위력 넘어서

입력
2016.10.0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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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풍속 47m… ‘사라’능가

높아진 제주 남해 온도 영향

추가 태풍 상륙 가능성은 낮아

5일 북상한 제18호 태풍 '차바'(CHABA)의 영향으로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5일 북상한 제18호 태풍 '차바'(CHABA)의 영향으로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 처음으로 국내에 피해를 입힌 제18호 태풍 ‘차바(CHABA)’는 태풍이 잦은 여름을 지나 10월에야 상륙한 ‘늦깎이 태풍’이었다. 그러나 제주 지역 순간풍속이 초속 47m까지 기록하며, 1959년 9월 찾아와 84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역대 최악 태풍 사라(초속 46.9m)의 위력을 넘어섰다.

5일 기상청과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통상 태풍의 절반 이상은 여름철인 7~9월에 발생한다. 1981~2010년을 기준으로 전세계 태풍은 8월(평균 5.9개)에 가장 많이 생겼다. 이 가운데 1개가 국내에 영향을 미치곤 했다. 9월은 이보다 적은 4.9개가 발생했으며, 국내 영향은 0.7개였다. 10월이 되면 태풍발생은 3.6개로 줄어들며, 국내 영향도 0.1개로 급감했다. 10월에 한국에 영향을 준 태풍은 1904년부터 지난해까지 단 10개에 불과했다.

가을 태풍은 빈도가 적은 대신 일단 발생하면 위력이 강한 특성이 있다. 태풍은 따뜻한 공기 층에서 생성되는데, 해수면 온도는 밀도 탓에 한여름인 8월보다 9, 10월이 더 높다. 이번 태풍의 경우 차바가 태어난 괌 동쪽 590㎞ 해상을 비롯해 이동 경로인 서태평양 지역과 제주 남해상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도 가까이 높아 북상하면서 위력이 강해졌다. 김성묵 기상청 전문예보분석관은 “태풍은 내륙을 지나면서 힘이 약해지는데 이번에는 일본과 한국 사이 바다를 지나며 이동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 강한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환경에 힘입어 태풍 차바가 지나간 제주(초속 47.0m) 창원(초속 23.8m) 여수(초속 38.9m) 해남(초속 25.0m) 밀양(초속 18.9m) 등 8개 지역은 10월 순간풍속 최고 기록을 경신했으며, 서귀포와 포항, 울산 등 8곳에서도 하루 강수량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국내에 영향을 미친 가을 태풍은 2014년 10월 13일 일본 규슈(九州) 남단에 상륙한 제19호 태풍 ‘봉퐁(VONGFONG)’이었다. 앞서 2013년 10월 8일에는 제24호 태풍 ‘다나스(DANAS)’가 대한해협 부근을 통과했다. 태풍이 내륙을 지난 ‘상륙’을 기준으로 하면 1994년 10월 11일 전남 여수에 상륙한 제29호 태풍 ‘쎄쓰(SETH)’가 마지막이었다. 쎄쓰는 남해안 상륙 당시 중심기압이 약 975헥토파스칼(hPaㆍ기압을 재는 단위)로, 이번 태풍(970hPa)보다 강도가 약했다.

이달에 추가로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할 가능성은 현재로서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태풍은 10월에 발생하는 태풍 치고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태풍 진로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점차 약화하기 때문에 설령 태풍이 추가로 발생한다 해도 중국이나 일본 남해안을 지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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