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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은 흑인여성’ 그라피티에 미국이 떠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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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은 흑인여성’ 그라피티에 미국이 떠들썩

입력
2016.10.0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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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피티 라이터 심찬양씨 “그라피티 매력 알리고, 저변 확대하고 싶어”

심찬양씨가 미국 LA의 한 건물 벽면에 그린 한복 입은 흑인 여성과 한글 그라피티. 심찬양씨 제공
심찬양씨가 미국 LA의 한 건물 벽면에 그린 한복 입은 흑인 여성과 한글 그라피티. 심찬양씨 제공

“한복 입은 흑인 여성을 그린 그라피티(Graffiti)에 미국사람들이 그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습니다”

스프레이 페인트로 대형 벽면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 행위인 그라피티로 20대 한국 청년이 미국인들을 사로잡았다. 그라피티 라이터(Graffiti writer) 심찬양(28)씨. 심씨는 최근 89일 동안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4개 도시를 돌며 한복 입은 흑인 여성, 꽃과 한글 등 한국의 그라피티 실력을 맘껏 뽐내 SNS 등에서 미국인들로부터 ‘정말 아름답다’ ‘멋있다’ 는 찬사를 받았다. 힙합 문화의 일종으로 벌써 40년 전통을 이어온 그라피티의 본토, 미국에서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은 것이다. 심씨는 “미국의 그라피티를 그리는 조건과 환경이 한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며 “그라피티를 마음껏 그리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 위해서 미국에 왔다”고 말했다.

심찬양 씨.
심찬양 씨.

심씨는 뉴욕 브롱크스에 있는 세계적인 스프레이 페인트 회사 MTN의 매장 겸 타투 샵인 터프 시티(Tuff City) 뒤뜰에서 처음으로 힙합 스타들로 뉴요커들이 좋아하는 제이지(Jay-z), 자신이 좋아하는 티아이(T.I), 브롱크스 사람들의 영웅인 빅펀(Big Pun) 등 세 흑인 래퍼의 얼굴을 그렸다.

이어 심씨는 LA의 유명한 더 컨테이너 야드(스트리트 아트와 그라피티 중심의 대규모 미술관)에서 그림 그릴 기회를 얻고 흑인 여성에게 한복을 입히면 더욱 특별하고 예쁘게 잘 어울리겠다는 영감을 받았다. 한국의 꽃과 한글을 미국에 남기고 싶어 나무에 핀 꽃 그림과, 도종환 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글귀도 넣었다.

이 그라피티에 대해 SNS 등에서 미국인들의 호평이 이어지자, 심씨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그라피티 이벤트에 초대돼 대형 벽면에 색동저고리 입은 흑인 소녀와 한글을 또 그렸다. 한복 입은 흑인 여성 그림은 LA에 두 곳, 샌프란시스코에 한 곳 등 모두 세 곳에 남겼다.

심씨는 “한복 입힌 흑인 여성 그림에, 한국 문화에 즐거워하는 미국인들을 보며 한국인으로서 자긍심과 한복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심씨는 올해는 개인전을 통해 그라피티가 얼마나 매력적인 문화인지 국내에 많이 알릴 계획이며, 내년에는 다시 미국을 여행하며 그라피티를 그릴 예정이다.

그는 “한국은 그라피티를 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말 실력이 좋은 라이터들만 살아남았으며, 프로로 활동하는 20여명의 실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또 “한국은 그라피티 재료가 되는 스프레이 페인트 가격이 너무 비싸고 그림 그릴 장소도 많지 않다”며 “이런 환경을 개선해 한국 그라피티 라이터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창배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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