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개가 표현하는 것만큼 통증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따라서 보호자들이 고양이의 질병을 초기에 인지하지 못해 병을 키우는 경우를 종종 볼 수가 있다. 고양이가 몸이 불편하거나 어디가 아플 때 보이는 행동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고양이가 어딘가에 숨어서 평상시보다 수면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 아픈 곳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보아야 한다. 건강한 성묘의 경우 짧게 자는 시간을 모두 포함해서 하루에 평균 약 15시간 내외로 수면을 취한다. 물론 고양이의 나이, 계절, 환경에 따라 수면 시간이 다를 수 있다. 성장 중인 어린 고양이, 노령의 고양이, 실내 고양이, 놀 기회가 별로 없는 고양이는 수면시간이 더 길 수 있다. 겨울철에도 수면시간은 더 늘어난다.
그러나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통증이 있는 경우에도 수면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만약 고양이가 수면을 취하는 동안 격한 움직임이나 근육이 과하게 수축되는 것이 관찰된다면 신경계의 이상으로 인한 초기 단계일 수 있으니 정밀검사를 받도록 한다.
평상시에 보호자나 함께 사는 다른 동물과 함께 잘 놀던 고양이가 노는 행동을 보이지 않고 공격성을 보일 때도 잘 살펴보아야 한다. 보호자가 고양이를 만지려고 할 때나 고양이를 들려고 할 때 싫어하는 표현을 많이 하고 더 나아가 할퀴거나 물려고 한다면 몸 어딘가에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어린 고양이가 한두 번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를 먹는 것은 정상적인 탐구행동이며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행동을 처음 시도한 이후 다시는 관찰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 큰 고양이가 흙이나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를 먹는 모습이 관찰된다면 빈혈, 위장장애, 악성 종양, 신경계 문제일 수 있다.
고양이가 배변을 잘 하지 못하거나 화장실 이외의 장소에 배뇨할 때에도 건강 이상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특히 비뇨기관에 이상이 생겼을 때에 화장실과 자신의 통증을 연관시켜 화장실을 회피하는 행동이 관찰될 수 있다.
만약 고양이가 걷거나 뛰는 행동이 평소와 다르다면 근골격계의 문제로 통증이 있는 경우일 수 있다. 평소와는 다르게 뛰는 높이가 감소한다든지 뛰어오르거나 내려오는 것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다. 높은 장소에 가기 위해 보통 때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중간지점을 이용한다거나 부자연스럽게 착지하고 뻣뻣하거나 과장된 걸음걸이가 보이는 경우도 있다. 특히 발을 저는 행동은 고통이 극심할 경우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주저하지 말고 바로 수의사를 찾아야 한다.
이혜원 수의학 박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