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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폰엔 '특별비서'가… 구글, 인공지능 신세계 열다

입력
2016.10.0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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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인공지능 기술을 재정의하고 있다.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생활 속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10월 4일 구글은 ‘메이드바이구글’ 이벤트를 통해 다양한 하드웨어를 선보이는 한편, 하드웨어를 엮는 진보한 인공지능 기술을 뽐냈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구글의 새로운 정체성이 됐다.

생활의 맥락을 이해하는 구글의 인공지능

구글뿐 아니라 애플, 아마존과 같은 기업도 사용자의 음성으로 동작하는 지능형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생활 깊이 침투한 인공지능 서비스라 보기 어렵다. 스마트폰 홈 단추를 길게 누르고 날씨를 물어보거나, 음악을 틀어달라고 명령하는 것이 고작이다.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서, 혹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아서다. 다양한 이유로 사용자는 이 초보적인 단계의 지능형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구글 어시스턴트는 진보한 인공지능 서비스의 표본이다. 구글의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주변 환경에 맞는 유용한 정보를 조합해낸다. 뿐만 아니라 대화의 맥락을 가려내기도 한다.

가령 사용자가 친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친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속에 식당 이름이 등장하면, 구글 어시스턴트가 해당 식당에 관한 정보를 찾아주는 식이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메시지 속에서 인공지능이 대화의 맥락을 찾아내는 것이다.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가도 식당을 예약하고 일정을 등록하는 것까지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개가 초콜릿을 먹을 수 있나?”와 같은 질문에는 단순한 검색 결과를 노출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개가 초콜릿을 먹어서는 안 되는 까닭을 완성된 문장으로 대답해준다. 사람의 음성명령을 문자로 바꾸고, 이를 바탕으로 검색 결과를 보여줄 뿐이었던 기존의 지능형 서비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모습이다. 구글의 이 같은 인공지능 기술의 진보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바탕에 두고 있다. 대표적인 발전 사례는 이미지 분류와 번역, 텍스트 말하기다.

구글의 기계학습 기술은 사진에서 피사체의 특징을 묘사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구글의 기계학습 기술은 사진에서 피사체의 특징을 묘사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구글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사진을 분류하는 데 인공지능의 힘을 빌리고 있다. 기차나 곰이 등장하는 사진을 컴퓨터가 알아서 분류하는 식이다. 기존에는 색깔을 구별하지 않고, 숫자를 세지도 못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기차의 색깔을 구별하고, 사진 속에 곰이 몇 마리 등장하는지 알아내는 데까지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신경망 기술에 바탕을 둔 번역 서비스는 더 뛰어난 품질의 번역 결과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중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데 사람의 번역 품질 점수가 4.6점(6점 만점)이라면, 신경망 기반 번역의 품질은 4.2점이라는 게 구글의 설명이다. 3.7점 수준에 머물렀던 기존 문장 기반 번역 품질과 비교해 앞으로 질 높은 번역 서비스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 텍스트 말하기 기술도 기계학습의 도움으로 마치 컴퓨터가 자신만의 성격을 가진 것처럼 말할 수 있도록 진화하는 중이다. 기계학습이 기초과학이라면, 구글 어시스턴트는 기계학습을 바탕에 둔 응용분야인 셈이다.

하드웨어가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

구글의 목표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인간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구글 홈’, ‘크롬캐스트’와 같은 하드웨어를 구글이 직접 개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스마트폰, 구글 홈, 크롬캐스트에 연결된 TV 등 가정의 가전기기를 엮는 가교역할을 한다.

구글이 이날 새로 발표한 ‘픽셀폰’은 구글 어시스턴트가 처음으로 내장된 스마트폰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픽셀폰 안에서 마치 사람처럼 문자메시지의 맥락을 파악한다. 사용자의 일정을 관리해주며, 사진을 골라주는 것은 기본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긴밀하게 엮여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안드로이드를 제공해 다양한 스마트폰이 탄생하도록 이끌었던 구글의 기존 전략과 다른 접근방식이기도 하다.

픽셀폰이 손안의 인공지능 플랫폼이라면, 구글 홈은 가정의 인공지능을 담당한다. 작은 스피커 형태의 이 제품은 주로 사람의 음성명령을 듣고 가정의 전자제품 조작이나 일정관리, 정보검색을 대신 해준다.

“기묘한 이야기를 TV로 틀어줘”라고 말하기만 하면, 구글 홈은 알아서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에서 ‘기묘한 이야기’ 작품을 찾아 이를 구글의 크롬캐스트에 연결된 TV를 통해 보여준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내장된 첫 번째 스마트폰 ‘픽셀폰’
구글 어시스턴트가 내장된 첫 번째 스마트폰 ‘픽셀폰’

구글은 이를 ‘액션 온 구글’이라고 부른다. “전등을 켜”와 같은 직접적인 명령은 ‘다이렉트 액션’으로, “지금 우버가 필요해” 처럼 대화로 필요한 서비스를 호출하는 명령은 ‘컨버세이션 액션’으로 분류한다. 이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파트너 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구글이 ‘액션 온 구글’ 개발 API를 공개하고 파트너 확대를 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포스퀘어’, ‘튠인라디오’, ‘넷플릭스’, ‘삼성 스마트싱스’ 등이 현재 액션 온 구글 개발 파트너에 포함돼 있다. ‘허핑턴포스트’나 ‘월스트리트저널’, ‘CNN’ 등 언론도 액션 온 구글의 파트너다. 앞으로 더 많은 협력이 이어지면 더 다양한 서비스를 인공지능과의 대화로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를 TV에서 틀어줘”라고 명령하면, 구글 홈이 알아서 넷플릭스에서 작품을 찾아 크롬캐스트가 연결된 TV에서 재생해준다.
“기묘한 이야기를 TV에서 틀어줘”라고 명령하면, 구글 홈이 알아서 넷플릭스에서 작품을 찾아 크롬캐스트가 연결된 TV에서 재생해준다.

구글의 검색서비스를 바탕에 둔 방대한 정보, 기계학습으로 진화시킨 음성명령 기술, 여기에 구글이 직접 만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까지. 구글이 이날 선보인 지능형 서비스는 구글이 아니면 성립할 수 없는 서비스가 아닐까. 사람을 삶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값싼 인공지능 기술을 당장 우리의 거실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오원석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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