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호 태풍 ‘차바’가 한반도에 직접영향을 주면서 4일 밤부터 5일 오전 8시 현재까지 남성1명이 실종되고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는 등 남부지방에 피해가 속출했다.
5일 오전 7시4분쯤 제주항 제2부두에서 정박 중인 어선에 옮겨 타려던 선원 추정 남성 1명이 실족해 바다로 떨어져 실종됐다. 전남 여수시 수정동 오동도 방파제에서도 오전 8시55분쯤 1,321톤급 여객선 미남크루즈호 선원 2명이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졌다. 이들은 현장에 함께 있던 해경 122구조대에 의해 20여분 만에 모두 구조됐다. 미남크루즈호는 이날 태풍의 영향을 피해 오동도 인근 여수 신항으로 피항했다가 바람에 밀려나 방파제와 충돌했다.
시설 피해도 발생했다. 오전 4시쯤 제주시 노형동의 한 공사장 옥상에 위치해있던 타워크레인이 강풍에 쓰러져 인근 빌라 쪽으로 기울었다. 이 사고로 빌라에 거주하고 있는 8가구 중 6가구 주민 8명이 주민센터로 긴급 대피했다.
제주시 월대천 범람으로 저지대 펜션과 가옥 등이 침수돼 관광객과 주민 수십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제주시 한천이 한때 범람해 인근 주차장에 세워뒀던 차량 80여 대가 휩쓸렸고, 산지천 하류도 범람 위기에 달해 남수각 일대 주민들에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또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 범람으로 주변 가정집과 펜션 등 10여 채가 침수됐고, 이로 인해 주민과 관광객 50여 명은 외도동사무소나 친인척 집으로 대피했다.
제주도민들은 강한 바람 못지않게 밤새 이어진 정전에도 불안에 떨어야 했다. 2만4,998가구(제주 1만4,863가구, 서귀포 1만135가구)가 정전된 가운데 오전 6시까지 현재 8,037가구만 복구가 완료됐다. 제주화력발전소 2기 역시 가동이 중단됐다.
또 제주ㆍ전남의 유치원과 초ㆍ중ㆍ고교는 총 76개교(제주 75개, 전남 1개)가 등하교 시간을 조정했다. 이날 오후 태풍이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은 총 892개교(유치원 412개, 초등학교 308개, 중학교 172개)가 휴교령을 내렸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강수량은 서귀포 270.6㎜, 제주 151.1㎜, 성산 123.4㎜, 여수 돌산 177.6㎜, 여수 거문도 170.5㎜, 고흥 110.8㎜, 영암 학산 107.5㎜, 해남 현산 106.5㎜, 완도 청산도 96㎜, 장흥 관산 77.5㎜, 광주 62.7㎜ 등을 기록했다.
태풍 차바는 5일 낮 12시 기준 부산 동남동쪽 20㎞ 해상을 지난 뒤 오후 6시에는 독도 동남동쪽 약 140㎞ 해상을 지나 한반도를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날 저녁 무렵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