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PGA 투어 선수들/사진=KPGA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개인 스포츠인 프로 골프는 지역 연고 개념이 없다. 그 동안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협업하거나 상생할 일이 거의 없었던 이유다. 지방 대회의 경우 후원하는 기업에서 보유한 지방 골프장에서 여는 수준이었다.
아무래도 프로 골프는 지자체의 지원이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관계자는 "예를 들어 태안에서 대회를 열면 태안시에서 약간 후원해주는 경우는 있다"면서도 "대부분은 행정적 협조나 업무 제휴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올해부터 프로골프 대회를 통해 협회와 지자체와 함께 공생하는 길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가 적극 모색하면서다.
시작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KPGA 코리안투어의 새로운 활로 개척이었다. 하반기 예정된 대회 6개 중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대회가 2~3개나 되면서 올해 새 수장에 오른 양휘부(73) KPGA 회장의 고심은 컸다. 양 회장은 지방으로 눈을 돌렸고 대회 신설을 위해 전국 각지를 뛰어 다녔다. "그렇게 상반기에만 4만km를 이동했다"고 KPGA 관계자는 귀띔했다.
지자체와 연계한 결실이 바로 지난 9월 열린 군산CC 오픈이다. 군산시와 하림의 지원으로 대회를 정상적으로 열게 됐다. 신설 대회도 있다. 지역 대구은행의 후원 아래 10월말 경북 선산의 선산CC에서 DGB 대구경북오픈(가칭)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밖에 향토 기업과 손잡은 제주도를 비롯해 여러 지자체와 50% 이상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자체가 새로운 시장이자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를 둘 만한 발자취들이다. KPGA 관계자는 "지난 NS홈쇼핑 군산오픈과 대구경북 오픈이 첫 발이다 보니까 그대로 의미를 두기에는 이르다"면서도 "일단 어떻게 보면 지금 회장님이 오셔서 처음 시작한 일이고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 팔도에 광역시도 있고 시ㆍ군이 많다. 관내에는 기업들도 있고 골프장도 있다. 지역 홍보나 지역 경제 활성화, 지역 기업 홍보 측면에서 도ㆍ시와 향토기업, 협회가 주관이 돼 한 목소리를 내자는 거다"라며 "처음에는 기업과 접촉했지만 경제 등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실무자 측에서 반대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눈 돌린 게 지자체였다. 지역과 연결해서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자는 것이다. 첫 번째 성공이 전북 오픈이었고 두 번째는 경북, 계속해서 제주도와 부산 등지로 발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골프는 대중적인 스포츠가 아니고 그 동안 일부 이미지에 문제도 조금 있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인데 뜻을 같이 하는 지자체와 기업이 있어 다행스럽다. 프로골프 대회 유치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넘어야 할 과제는 아직 한국 사회에 남아있는 골프라는 스포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가 "내부적으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며 "추후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진행하고 싶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밝힌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즉 지자체와 연계한 프로골프 대회의 적극적인 활로 개척은 건전한 국민 스포츠로의 인식 전환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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