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지 마라!”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DMZ에서 목함지뢰 두 발이 연이어 터졌다. 먼저 지뢰를 밟은 하재헌(22) 하사.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하 하사를 끌고 나오던 김정원(25)하사가 또 지뢰를 밟았다. 그때 수색팀장 정교성(28)중사가 앞으로 쑥 나와서 전방을 향해 “내 팀원들을 쏘지 마라”고 외쳤다. 당시 폭발이 지뢰에 의한 것인지 미처 판단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부대원을 보호하려고 팀장이 방패막이처럼 앞으로 나선 것이었다.
지난해 일어난 목함지뢰 사건이 ‘DMZ 1584’라는 제목을 달고 연극으로 제작됐다. 희곡은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로 차범석희곡상을 받은 김광탁 씨가 썼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미운남자’의 주연으로 활약한 젊은 배우 김영무가 수색팀장 정교성 중사 역을, 영화 ‘신세계’와 연극 ‘삼류배우’로 이름을 알린 최일화가 이야기 전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선인(先人) 역을 맡았으며, 나레이션과 노래로 극의 진행을 돕는 후인(後人) 역에는 한국뮤지컬 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마리아 마리아’의 강효성이 출연하기로 했다.
연극을 기획한 최일화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은 “지난해 1군단 사령부를 방문했다가 정훈장교에게 ‘정훈 시간에 볼 만한 연극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목함지뢰 사건을 안보교육용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제작이 무산될 위기도 있었다. 그때 아들을 사고가 일어난 부대에 입대시키면서 “꼭 성공시키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최 이사장은 “안보에 관한 한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젊은 배우들과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인 만큼 추가 공연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공연은 10월 5일까지 경기도 파주시 문산 행복센터 대공연장에서 막을 올린다. 협회 차원에서 추가 공연 방안을 국방부와 논의하고 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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