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10월 5일
1728년 이프레임 체임버스(Ephraim Chambers)라는 영국의 출판업자가 근대 최초의 백과사전을 발간한다. ‘예술과 과학의 보편 사전 Universal Dictionary of Arts and Sciences’이란 제목의 두 권짜리 책이었다. 르네상스의 토양 위에 개별 학문들이 제각기 지식의 성채를 구축해가던 계몽주의의 시대, 절대군주와 귀족들의 체제를 비집고 부르주아들이 세를 키우며 과학과 기술의 세기를 열어가던 무렵이었다, 종교와 낡은 신학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이미 달라진 사회와 지성을 총체적으로 조망하려는 지식인들의 갈망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 1713~1784)가 영국의 저 백과사전을 프랑스어로 번역해보자는 한 출판업자의 제안을 받은 것은 1740년대 중반이었다.
신학과 법학을 공부하고 작가가 되려던 그는 대서일, 가정교사, 서점 점원 등 이런저런 일들을 닥치는 대로 해가며 지식인들과 교류했다. 30대의 디드로는 단순히 번역만 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새로운 백과사전을 새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한다. 신학과 예술, 철학뿐 아니라 과학과 기술(실용)을 망라해 인간의 모든 지식을 체계화하자는 원대한 구상. 그는 출판업자들을 설득한 뒤 프랑스 지식계의 인맥을 총동원해 그 작업에 매달렸다. 1750년 프로젝트 기획서를 작성해 예비 필자들에게 알릴 무렵 10권으로 예정했던 그의 백과사전은 1772년 총 35권(텍스트 17권, 도판 11권, 부록 4권, 도판부록 1권, 찾아보기 2권 등)의 방대한 저술로 완성됐다. 루소, 몽테스키외 등 알려진 필자 약 150여 명을 포함해 수백 명이 그 작업에 간여했고, 문법과 의학 철학 기술 신학 수학 자연과학 등을 포괄하는 6만8,000여 항목의 용어와 개념과 지식과 기술을 글과 그림으로 정리했다. 그 전체의 기획과 편집을 디드로가 해냈다. 그는 5,500여 항목을 집필하기도 했다.
디드로는 백과사전에 절대왕정의 왕권신수설에 맞서는 사회계약론의 씨앗을 담았고, 체계 면에서 신학의 우위와 학문의 서열을 허물고 모든 항목을 철저히 알파벳 순으로 편집했다. 교회와 왕실의 잦은 간섭과 압박으로 달랑베르 등 다수의 필자들이 중도 이탈했다. 그들은 사실상 비밀리에 저 작업을 진행했고, 그 과정 자체가 혁명을 준비하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1713년 10월 5일 디드로가 태어났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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