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은 “스토커” 신고
경찰에 男연락처도 제공
고인 휴대전화 충남서 발견
의도적 유인ㆍ살해 배제 못해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전남 강진에서 5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된 여성이 사망 전 유가족에게 울먹이며 전화를 걸어 남성의 존재와 위치 등을 알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애초 50대 남녀의 동반자살에 무게가 실렸으나 의도된 타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4일 본보가 입수한 경찰의 ‘광명 미귀가자 변사사건 시간대별 조치 사항’ 문건을 보면 A(57ㆍ여)씨는 지난달 18일 오전 7시25분쯤 전남 강진의 한 문중 제각에서 박모(56)씨와 숨진 채 발견되기 12시간여 전쯤인 전날(17일) 오후 7시26분쯤 남동생 B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울먹이며 “남자와 같이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송악IC 부근이다”라고 말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나머지 가족들과 A씨를 수소문하던 남동생은 1시간40분쯤 지난 같은 날 오후 9시2분쯤 112에 신고를 했다. 5분여 뒤 찾아온 지구대 경찰관을 만나서는 “누나에게 스토커가 있었다”며 박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건넸다.
A씨의 휴대전화는 같은 날 오후 9시26분쯤 충남 당진시 용현동 한 농로 풀숲에서 켜진 채 주민에 의해 발견됐고, 박씨의 휴대전화 신호는 비슷한 시간 이 부근에서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이 사이 A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우고 서해안고속도로 송악IC로 빠져나갔다가 오후 9시25분쯤 다시 진입, 자신의 고향인 강진으로 가는 등 경찰 추적을 따돌리려는 듯한 행동도 보였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되고 30분쯤 뒤에야 형사팀을 A씨 집에 급파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섰으나 이미 이들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였다. 추적 끝에 A씨 등의 시신을 확인한 경찰은 박씨가 A씨를 유리테이프로 목 졸라 숨지게 하고 1시간여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당초 ▦3,4년 전부터 박씨와 교류해온 A씨가 광명 자신의 집 인근에서 박씨의 차량에 홀로 탑승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 화면에 찍히고 ▦A씨의 시신에 반항흔 등 외상이 없는 점 ▦제3자의 개입 흔적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동반자살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A씨의 유서나 스스로를 비관할 만한 동기 등이 확인되지 않은데다 경찰이 공개하지 않은 미심쩍은 정황까지 드러나 A씨의 정확한 사망경위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박씨가 A씨를 계획적으로 유인, 살해했을 가능성도 있어 경찰의 초동 대처가 적절했는지 등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A씨 등에 대한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를 접수 2시간 뒤 관할 경찰서장까지 나와 현장을 지휘했다”면서 “여러 가능성을 두고 수사 중”이라고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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