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홍어찜 식당 앞에서 우주복 입고 막춤... 'EDM 싸이' 떴다

입력
2016.10.05 04:40
0 0
서울 중구 한국일보 편집국에 '우주인'이 떴다. 전자댄스음악 뮤지션인 히치하이커(45·본명 최진우)다. 한국일보 편집국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 히치하이커가 자신의 3D 캐릭터를 직접 합성한 이미지를 보내왔다. 최재명 인턴기자
서울 중구 한국일보 편집국에 '우주인'이 떴다. 전자댄스음악 뮤지션인 히치하이커(45·본명 최진우)다. 한국일보 편집국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 히치하이커가 자신의 3D 캐릭터를 직접 합성한 이미지를 보내왔다. 최재명 인턴기자

사람의 목소리 전자음악에 결합

‘4차원’ 뮤비에 얹혀 세계적 화제

DJ로 美 메이저 기획사 첫 진출

밴드 활동ㆍ아이돌 작곡가로 명성

우주인 캐릭터에 이야기 씌워

키치적 느낌 ‘강남스타일’과 닮아

서울 창신동의 후미진 골목. 홍어찜을 파는 식당 앞에서 우주복을 입은 정체불명의 인물이 ‘막춤’을 춘다. 아프리카 풍의 현악 소리에 비트가 육중하게 깔리고 생뚱맞은 목소리가 뒤따른다. “텐 달러, 파이브 달러~.” 전자댄스음악(EDM) DJ인 히치하이커(45ㆍ본명 최진우)의 신곡 ‘텐 달러’의 뮤직비디오다. 풍화된 건물과 빛 바랜 간판이 늘어선 추억의 거리에 최신 유행을 이끄는 전자 음악이 울려 퍼져 기괴함마저 든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텐 달러’ 뮤직비디오를 ‘4차원에 존재하는 음악’이라 소개하고, 히치하이커를 특별 조명했다. 우주인 캐릭터의 한국 옛 거리 탐방이라니.

“히치하이커의 음악이 아시아에서 시작됐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음악 작업 중인 최진우는 지난달 30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살던 자양동을 비롯해 황학동 등 아직 개발이 덜 된 곳을 찾아 다니며 찍은 것”이라고 뮤직비디오 제작 뒷얘기를 들려줬다.

2014년 말레이시아에서의 공연 모습. 히치하이커는 공연에서도 우주복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최진우 제공
2014년 말레이시아에서의 공연 모습. 히치하이커는 공연에서도 우주복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최진우 제공

국내 DJ 최초 미국 메이저 기획사 입성

최진우는 ‘전자음악계의 싸이’로 세계 음악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 팝 스타 레이디 가가와 ‘한솥밥’을 먹는다. 미국 3대 에이전시 중 하나인 윌리엄모리스인데버(WME)가 그의 섭외를 총괄하고, 산하 음악 레이블인 덱스타에서 음악 작업을 돕고 있다. 국내 DJ의 미국 메이저 기획사 진출은 그가 처음이다.

온전히 자수성가했다. 최진우는 2014년 9월 3D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합성한 ‘일레븐’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뒤 해외에서 러브콜 세례를 받았다. 줄리아 로버츠 등이 속한 CAA(역시 3대 에이전시 중 하나다)를 비롯해 소니, 유니버셜 뮤직과 영국 유명 음반 기획자인 사이먼 코웰이 설립한 사이코엔터테인먼트 등에서였다. 최진우는 “하루에 최소 한 통 꼴로 새벽에 전화가 와 잠을 못 잘 지경이었다”며 “미국에서 관계사들 미팅을 한 뒤 스크릴렉스와 데드마우스 등 유명 DJ를 발굴한 조엘 짐머만이 있는 WME와 계약했다”고 해외 진출기를 들려줬다.

“사람의 소리에 주목”…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

최진우는 본명과 얼굴을 숨기고 우주인 캐릭터 히치하이커로 활동한다. 공연에서도 직접 맞춘 우주복을 입고 디제잉을 한다. 캐릭터에 이야기를 덧붙여 흥미를 자아낸다. 그는 히치하이커를 지구의 소리를 담기 위해 우주에서 온 인공지능 로봇 캐릭터로 설정했다. 히치하이커는 “자연의 소리”에 주목한다. 캐릭터와 음악은 연결된다. ‘일레븐’과 ‘텐 달러’에선 모두 사람의 목소리가 중심 소재로 쓰인다. ‘일레븐’ 속 반복되는 “아 바바 바바 바바바 바바”는 최진우와 네 살 된 그의 아들이 장난을 치는 소리이고, ‘텐 달러’ 속 “텐 달러”란 소리는 비 오는 날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텐 달러”라 외치며 우산을 파는 상인의 목소리 녹음에서 비롯됐다. 차가운 전자 음악에 따뜻한 사람의 목소리가 얹혀진 음악은 묘하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만나 빚어내는 색다른 재미다. “음악작업을 오래하다 보니 소리에 관심이 많은데, 사람 소리만큼 강렬하게 존재감을 주는 게 없더라”는 게 최 씨의 지론이다. 그는 히차하이커의 음악적 여정을 바탕으로 한 영화 제작도 구상 중이다.

히치하이커 신곡 '텐 달러' 뮤직비디오 한 장면. 서울 후미진 골목의 한 허름한 식당에서 '막춤'을 춘다. 뮤직비디오 화면 캡처
히치하이커 신곡 '텐 달러' 뮤직비디오 한 장면. 서울 후미진 골목의 한 허름한 식당에서 '막춤'을 춘다. 뮤직비디오 화면 캡처

아이돌에 ‘기생’하던 작곡가의 비상

밴드 음악부터 아이돌 댄스 음악 작곡까지, 다양한 음악 활동은 소리를 조합하는 DJ 히치하이커에게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최진우는 1996년 솔로 1집 ‘지누조크’에 실린 댄스 곡 ‘엉뚱한 상상’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그룹 롤러코스터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며 밴드 음악에 주력했다. 가수 이효리의 남편인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보컬 조원선 등으로 구성된 롤러코스터는 ‘습관’ ‘힘을 내요 미스터 김’ 등의 히트곡을 내 인기를 누렸다. 밴드 활동을 접은 최진우는 아이돌 작곡가로 변신했다.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2009)를 작곡해 성공시켰고,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의 곡을 만들며 아이돌 작곡가로서 명성을 쌓았다. 최진우가 자동차를 얻어 타는 사람을 일컫는 히치하이커란 예명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시기도 이 때다. 그는 “아이돌의 인기에 편승해 사는 작곡가가 된 것 같아 지은 예명”이라고 설명했다.

자조적인 예명을 둔 작곡가로 살던 최진우는 직접 턴테이블을 돌리며 한국 전자 음악을 개척한 DJ가 됐다. “새로운 사운드를 발견해 그걸 매개로 메시지를 전파하며 여행을 하는 소리여행자로 다시 태어났네요, 하하하”

최진우는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의 영화 ‘엑스오엑스오’의O.S.T에 실린 ‘딩동’ 뮤직비디오 공개(18일)를 시작으로, 7개의 신곡 공개를 앞두고 있다. 최진우는 “유명한 뮤지션과 협업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멜로디 감각이 좋고, 특정 장르에 길들여 있지 않은 게 DJ로서의 그의 장점”(김성환 음악평론가)이다.

히치하이커 최진우(왼쪽)는 이상순(오른쪽) 조원선과 함께 밴드 롤러코스터 멤버로 7년 동안 활동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히치하이커 최진우(왼쪽)는 이상순(오른쪽) 조원선과 함께 밴드 롤러코스터 멤버로 7년 동안 활동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캐릭터 내세워 스토리 만드는 21세기형 아티스트

히치하이커는 21세기형 아티스트의 등장을 상징한다. 상상력이 생산력이 되는 시대에 뮤지션에게 중요한 건 ‘몸’보다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생체주기를 거스르기 어려운 아이돌의 ‘칼군무’보다, 캐릭터를 통한 스토리텔링의 유효기간은 더 길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상상하게 만들어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진우는 음악뿐 아니라 히치하이커의 캐릭터 스토리를 만들고, 손수 3D로 작업을 해 캐릭터를 시각화한 뒤 뮤직비디오에도 직접 그려 넣는다. ‘DIY’(Do It Yourself)를 실천하며 콘텐츠의 일관성과 상상력을 확장해나간 것이다.

최진우는 콘텐츠를 키치(촌스러움과 부조화를 내세운 B급 문화)적인 방식으로 엮어 친근함을 준다. 히치하이커는 간판이 오색찬란한 ‘지지배배노래방’에서 춤(‘일레븐’ 뮤직비디오)을 추고, 가상과 현실을 오가기도 한다. 그의 뮤직비디오는 엉뚱한 이미지의 연속이다. ‘밈’(memeㆍ온라인에 도는 재미있는 이미지)의 유행을 탈 조건을 두루 갖춘 셈이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히치하이커는 완결성을 갖춘 자기 서사가 있는 데다 키치적인 느낌이 강해,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인터넷에서 바람을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목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히치하이커의 '텐달러' 뮤직비디오 속 3D로 만든 여성 캐릭터. 가슴과 엉덩이 부분을 상자로 가린 게 특이하다. '일레븐' 뮤직비디오에서도 나오는데 노래방 앞에서 춤을 추는 여성 캐릭터다. 이 장면이 뮤직비디오 심의에서 선정적이란 지적을 받자 아예 가슴과 엉덩이를 가렸다고 한다. 보수적인 한국적 미감이 낳은 촌극이다. 뮤직비디오 캡처
히치하이커의 '텐달러' 뮤직비디오 속 3D로 만든 여성 캐릭터. 가슴과 엉덩이 부분을 상자로 가린 게 특이하다. '일레븐' 뮤직비디오에서도 나오는데 노래방 앞에서 춤을 추는 여성 캐릭터다. 이 장면이 뮤직비디오 심의에서 선정적이란 지적을 받자 아예 가슴과 엉덩이를 가렸다고 한다. 보수적인 한국적 미감이 낳은 촌극이다. 뮤직비디오 캡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