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규정에도 어긋나
권칠승 의원 “도덕적 해이”
4,500억원을 투자하고도 사실상 철수한 이라크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서 한국가스공사가 5년간 73억원에 이르는 현지 파견 직원들의 개인소득세까지 대신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스공사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10~15년 이라크 아카스 가스전 사업을 위해 중동으로 파견된 직원들이 받은 추가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해마다 보전해줬다. 지난해에도 가스공사가 파견 직원 55명을 위해 대신 내준 개인소득세는 총 15억6,0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2,800여만원에 달했다.
이는 가스공사 내부 규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가스공사의 보수규정시행세칙에는 ‘해외근무 직원의 주재국 납부 세액이 국내 세액을 현저하게 초과해 보수가 감소하는 경우 사장이 별도 정하는 바에 따라 감소 금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아카스 가스전 파견 직원들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근무한다. 두바이는 외국인 근로자의 소득세를 감면해준다. 결국 주재국에서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는데도 가스공사가 직원들의 국내 세금까지 대신 내준 것이다.
가스공사 해외 파견 직원은 기본 급여 이외에 해외근무수당과 복리후생비를 추가로 받는다. 두바이 아카스 법인의 2급 직원은 급여 10만4,173달러(기본급+상여ㆍ약 1억1,500만원)에 해외근무수당이 2만8,152달러(약 3,100만원)다. 자녀학자금과 차량운영비, 동반가족 현지적응 및 어학학습 보조비 등도 지원된다.
4,500억원을 투자했지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해당 지역을 점령하는 바람에 2014년 중단된 아카스 사업에 대해 감사원은 “투자 대상국의 위험도 분석 없이 무모하게 진행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권 의원은 “가스공사는 소득세 보전분을 포함해 여전히 해마다 200억원을 쏟아 붓고 있다”며 “도덕적 해이”라고 질타했다. 가스공사는 대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이라크 정부와 협상하는 등 사업 유지 상 직원 파견 등이 계속 필요하단 입장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소득세 보전에 대해 내부 감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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