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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이전에 '원타임'이 있었다

입력
2016.10.0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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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힙합이 국내에 상륙한 지 20여 년 만에 주류 음악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대중화 과정에서 쌓아온 노력과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MC(래퍼)들도 생겨나고 있다.

자이언티, 지코를 사랑하지만 주석, 피타입을 모르는 새내기 힙합팬을 위해 준비했다. 여기, 새로운 라임(운율)과 플로우(흐름)를 개발하며 힙합의 발전을 끌어간 MC들을 소개한다.

힙합그룹 원타임은 데뷔 당시 힙합에 아이돌 댄스가수를 접목한 전략으로 소녀팬을 확보했다. 왼쪽부터 멤버 오진환, 송백경, 테디, 대니(태빈). 한국일보 자료사진
힙합그룹 원타임은 데뷔 당시 힙합에 아이돌 댄스가수를 접목한 전략으로 소녀팬을 확보했다. 왼쪽부터 멤버 오진환, 송백경, 테디, 대니(태빈). 한국일보 자료사진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프로듀서 테디(본명 박홍준)는 기획사의 숨겨진 실세다. 매년 2NE1, 빅뱅의 곡으로 이변 없는 히트를 기록해 연간 저작권료가 10억원에 달한다. 작곡을 한지 15년 이상 흘렀지만 감각은 여전하다. 최근 데뷔 한 달 만에 음원차트 정상에 선 걸그룹 블랙핑크의 남다른 성과에도 그의 역할이 컸다.

YG의 기둥인 테디에게도 떨리는 첫 무대가 있었다. 1998년 힙합그룹 원타임의 리더로 활동하던 그는 2집부터 작곡에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세대 힙합 아이돌그룹으로 활동하던 그때의 모습은 어땠을까.

1. 수건 쓴 래퍼들… 남달랐던 스웨그

1998년 아이돌 시장에 독특한 컨셉의 그룹이 등장했다. 힙합 바지를 입은 4인조 아이돌 원타임이다. 특출난 랩 실력에 화려한 댄스까지 선보여 일찍부터 여성 팬을 모았다. 당시 힙합과 아이돌을 접목시킨 접근은 신선했다.

YG에서 제작한 원타임은 남성그룹 빅뱅의 모태가 된 가수다. 따라 부르기 좋은 대중 힙합을 지향하면서도 실력파 이미지를 구축했다. 지금은 진부한 아이템이 됐지만, 수건을 힙합 패션으로 승화한 것도 원타임이다. 매 앨범 그룹명이 새겨진 수건을 뒤집어쓰고 머리를 흔드는 퍼포먼스로 스웨그(Swag)를 살렸다.

1집 수록곡 대부분은 소속사의 대표 프로듀서였던 페리(Perry)가 작업했다. 여기에 미국 시민권자로 한국말이 익숙지 않은 멤버들을 대신해 송백경이 작사를 맡았다. 남은 멤버들의 기여도는 거의 없었다. 테디가 작곡가의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2집부터다. 타이틀곡 '원 러브'(One Love)'와 후속곡 '쾌지나 칭칭'이 히트한 후 3집부터 송백경과 함께 본격적으로 프로듀싱을 진행하면서 독자적인 색을 갖춰갔다.

5집까지 인기몰이를 했으나 2006년 멤버 오진환이 군 입대를 하면서 원타임은 잠정적인 활동 중단에 들어갔다. 이후 송백경은 혼성그룹 무가당의 멤버로, 테디는 YG의 프로듀서로, 대니는 신인 교육 담당자로 같은 소속사 안에서도 제각각 다른 길을 걸었다. 한편 연예계 활동을 중단한 오진환과 송백경은 현재 동업으로 카레 전문점을 운영 중이다.

힙합그룹 원타임은 매 무대 머리에 수건을 쓰고 나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힙합그룹 원타임은 매 무대 머리에 수건을 쓰고 나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 래퍼에서 힙합 프로듀서로…영역의 확장

펑키한 멜로디를 추구했던 송백경과 달리 테디는 강렬하고 세련된 음악 성향을 보였다. 하지만 묵직한 비트뿐만 아니라 '원 러브', '위드 아웃 유'(Without You) 등 감성적인 발라드곡으로 장르를 넘나드는 작곡 실력을 과시했다. 특히 특유의 영어 발음으로 개성있는 랩 스타일을 구축했는데, 이런 음악 성향은 후배가수를 양성할 때도 영향을 미쳤다.

테디는 양현석 YG 대표가 "우리 회사에서 걸그룹 음악을 가장 잘 하는 프로듀서"라고 평가할 정도로 걸그룹 힙합에 강세를 보인다. 2NE1의 데뷔부터 '날 따라 해봐요', '론리'(Lonely), '내가 제일 잘 나가' 등 대부분의 히트곡을 도맡아 작업했다. 2NE1 데뷔와 관련해서는 재미난 일화가 있다. 미국 연예기획사 인터스코프의 대표 지미 아이빈이 테디에게 레이디가가의 곡 작업을 요청했으나 2NE1의 데뷔 음반 작업 때문에 이를 거절한 얘기는 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테디는 최근 미국 시장에 진출한 가수 씨엘의 미국 데뷔곡을 프로듀싱하며 저변을 넓히고 있다.

●원타임 정규 1집 '1TYM'

●원타임 정규 2집 '쾌지나 칭칭'

●원타임 정규 2집 'ONE LOVE'

●원타임 정규 4집 '핫 뜨거'

●원타임 정규 5집 '니가 날 알어'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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