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주영이 장편‘고요한 밤의 눈’(다산북스)으로 제6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죽음을 기억하고 살아가기 위해 쓴 소설”이라며 “지독한 침체로부터 나를 일으킬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수상작은 스파이 집단의 암약를 소재로 현대인들의 고루하고 절망적인 삶을 보여준다. 15년의 기억을 통째로 잃은 채 병원에서 깨어난 뒤 누군가가 알려준 대로 스파이의 삶을 살게 된 X를 주인공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심사위원들은 “과거로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져오는 통치성의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를 충실히 계승하는 작품”이라며 “감시사회나 다름 없는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저항하는 소설로, 앞선 수상작들과 달리 당대 현실을 다뤄 혼불문학상의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했다.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시간이 나를 쓴다면’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주영 작가는 2006년 첫 장편소설 ‘백수생활백서’로 제30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이번 작품은 작가가 7, 8년 전부터 구상한 소설이다.
작가는 “2008년 부모님이 차례로 돌아가시고 그 후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소설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너무 힘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었다”며 “절망적인 죽음과 무책임한 사회 구조를 생각하면 매 순간이 후회스럽지만 언제까지 후회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힘들게 작품을 완성한 뒤 “나도 장편소설을 쓸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꼈다”는 작가는 “슬퍼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란 없지만 슬퍼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혼불예술제를 겸해 7일 전북 남원 혼불문학관에서 열린다. 혼불문학상은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인 최명희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1년에 제정된 상이다. 1회 ‘난설헌’, 2회 ‘프린세스 바리’, 3회 ‘홍도’, 4회 ‘비밀 정원’, 5회 ‘나라 없는 나라’ 등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는 깊은 관점이 담긴 작품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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