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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여성은 늘 가부장적 폭력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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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여성은 늘 가부장적 폭력의 대상"

입력
2016.10.0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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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 ‘당신이 보는 여성은 누구인가’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4일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 ‘당신이 보는 여성은 누구인가’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여성은 늘 지독하고 잔인한 폭력의 대상이었습니다.”

미디어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일상적이고 지극히 남성 중심의 시각에서 묘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회단체 한국여성의전화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동주최로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 ‘여성인권영화제 10회 기념포럼-당신이 보는 여성은 누구인가’ 에서 전문가들은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제 역할을 해야 할 미디어가 오히려 여성 혐오 범죄 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한 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정민아 영화평론가는 ‘명량’ ‘부산행’ ‘밀정’ 등 최근 10년 간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국내영화를 예로 들며 “여성들은 한 평범한 남성이 위기 속에서 집단을 위해 헌신하는 영웅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단순하게 소비되고 만다”고 주장했다.

정 평론가는 “특히 국내 장르영화의 성장과 함께 폭력 재현이 지나치게 남발돼 왔다”고 지적했다. 몇 년 새 페미니즘 확산 등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 장면 연출에서 여성 관객을 의식하는 점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여성 중심 서사의 성폭력 묘사에서도 문제점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화를 다룬 영화 ‘귀향’을 예로 들며 “역사 속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위안부들에 대한 성폭력)을 꼼꼼하게 묘사했지만 되레 군국주의 국가의 식민지 집단강간이란 구조적 폭력을 보기 힘들게 만들어 영화는 단순하게 소비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여성 중심 서사 영화가 나오긴 했지만 흥행 참패를 하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쓴 소리를 냈다.

영화 못지 않게 드라마도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폭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1990년대 신데렐라 로맨스에서 벽에 밀치기, 기습 키스하기, 주변 집기 부수기 등 가부장적 모습이 낭만적인 것으로 표현되곤 했다”고 비판했다.

2000년대 대중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 ‘파리의 연인’ ‘파스타’ 등에선 권력과 자신감을 가진 남성들이 주눅 든 여성들에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막말을 해대는 이른바 ‘나쁜남자’의 전성시기였다. 김 평론가는 “드라마에서도 새로운 여성 서사를 더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다른 토론자들도 비판적 의견을 내놓았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언론보도에서도 여성 비하와 차별적 표현이 넘친다”며 언론인의 양성평등 및 인권 교육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경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시민단체 등의 적극적인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감독기관의 제재는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큰 문제"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심의내용에 대한 평가를 통해 적극적인 심의와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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