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산은ㆍ기은 국감 증인 출석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 섭섭함 밝혀
“에쓰오일 주식 팔아 한진에 투입”
자금 추가 지원 “여력 없다”
“팔 하나 자르겠다는 결단 없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조 회장 강력 비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과 관련해 “물류대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4일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대상선 이상으로 살리려는 노력을 했다”며 대주주 책임을 충분히 이행했음을 강조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ㆍ기업은행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 회장은 군청색 양복에 대한항공의 상징색인 하늘색 넥타이를 맨 채 출석했다. 그는 발음이 다소 어눌하기는 했지만 의원들의 집중적인 질의에 또박또박 답변을 했다. 앉은 자리에서 답변해도 된다는 정무위원장의 배려에도 “일어서서 답변하겠다”면서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건강 이상설을 불식시켰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은 한진그룹으로선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14년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으로부터) 한진해운을 인수한 후 2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부채비율을 1,400%에서 800%대로 낮췄고 4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대주주 책임론에 대해서도 할 만큼 했다고 반박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인수 전 대한항공이 갖고 있던 알짜 자산인 에쓰오일 주식을 팔아서 부실한 한진해운에 투입했다”며 “(대주주 책임을 다했다는)현대상선 이상으로 살리려는 노력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진해운에 투입한 사재 400억원에 대해서도 “제 재산의 20% 가량일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날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현대증권을 매각하면서 1조2,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현대상선과 같은 오너의 결단이 없었다”면서 “‘내 팔을 하나 자르겠다’는 대주주의 결단이 없는 상황에서 누가 돈을 빌려줬겠느냐”고 말했다.
조 회장은 최 전 회장에 대해서도 섭섭함을 드러냈다. 그는 “한진해운이 최 전 회장 등 해운업과 업무 특수성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굉장히 부실해졌다”고 언급했다. 또 최 전 회장이 부실해진 한진해운을 한진그룹에 매각하며 퇴직금 52억여원을 챙긴 사실에 대해 “당초 계상된 금액은 100억원을 넘었는데, (내가)‘도덕적으로 맞지 않다’면서 50억원대로 절반을 깎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한 추가 자금 지원에 대해서는 일단 소극적인 입장을 내놨다. 조 회장은 “조건에 따라서 검토할 수는 있다”면서도 “지금 현재로서는 여력이 없다”고 했다.
물류대란을 겪기 전 한진해운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냐를 두고도 양측 공방이 벌어졌다. 조 회장은 “중간에 소통이 잘못됐는지는 몰라도 해수부와 금융위에 물류난이 일어난다고 분명히 설명했다”고 말한 반면, 이 회장은 “(법정관리 이전에)비상계획을 만들자고 했으나 배임의 문제가 있다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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