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의 주인공인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ㆍ71) 도쿄공업대 명예교수는 일본 과학계에서 괴짜로 유명하다. 40년을 효모(미생물) 연구에 몰두하다 보니 애주가가 됐다는 그는 술을 좋아하는 연구자 모임을 만들어 후학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의 소탈한 성격과 인간적 면모가 부각되면서 일본 열도는 더욱 열광하는 분위기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오스미 교수가 술을 곁들여 밤샘토론을 하기 일쑤였고 2008년 아사히(朝日)상을 받을 때는 동료연구자에게 답례품으로 특별주문한 위스키에 ‘효모로부터의 가르침(Lessons from Yeast)이라는 문구를 써서 주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술을 좋아하는 연구자 6명과 함께 ‘7인의 사무라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젊은 연구자를 격려하는 강연활동에 나선 일화로도 유명하다. 오스미 교수 자신도 평소 “효모 연구자이니 술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냐”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애주가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오스미 교수의 지인들은 그가 어릴 때부터 학업성적은 우수했지만 엉뚱했다고 회고하고 있다. 오스미 교수의 부인 마리코(69)씨는 “남편은 철저하지 않고 이상한 사람이다. 흐리터분하고 적당히 하는 사람이어서 어떻게 실험이 잘되는지 참 이상하다”고 남편을 아예 괴짜라고 불렀다. 후쿠오카(福岡)고교 재학시절 한 동창은 일본 언론에 오스미 교수가 교내동아리 화학부장으로 활동하며 “비품으로 말도 안되는 기체를 만들어 풍선을 띄우거나 불가사의한 음료를 만들었다”며 “성격이 밝고 즐겁게 지내는 것이 좌우명이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일본 언론들은 오스미 교수의 소박함도 함께 조명하고 있다. 그는 특별한 취미활동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을 싫어하고 못하며, 예술은 재능이 없다. 소거법으로(하나씩 지우고 나면) 과학자가 되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애초부터 줄곧 생각했다”며 과학연구가 자신의 천직임을 강조했다. 초등학교 시절 도쿄에서 대학에 다니던 큰 형이 방학 때마다 사다 주는 어린이용 과학 책을 읽으면서 과학자의 길을 꿈꿨다는 그는 4일 기자회견에서 “이 나이가 돼서 고급저택에 살고 싶은 것도, 외제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니고 싶은 것도 아니다” “기초연구를 하는 젊은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한 시스템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밝혔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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