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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관점으로 일본 이해하려고 하면 갈등만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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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관점으로 일본 이해하려고 하면 갈등만 심화"

입력
2016.10.0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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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관한 에세이 '토끼가 새라고??'를 펴낸 고선윤 백석예술대 교수는 "일본을 무조건 비판하거나 수용하기에 앞서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일본에 관한 에세이 '토끼가 새라고??'를 펴낸 고선윤 백석예술대 교수는 "일본을 무조건 비판하거나 수용하기에 앞서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일본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언어도 비슷한 면이 있어서 한국과 비슷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전혀 다른 나라입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에 관한 에세이 ‘토끼가 새라고??’(안목)를 펴낸 고선윤(51) 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 교수는 “일본은 다른 나라”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고 교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고등학교까지 다녔고 대학 진학을 위해 홀로 귀국해 지금까지 국내에서 살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도 살아보고 한국에서도 살아본 보통 사람의 눈으로 일본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오랫동안 경계인의 삶을 살았다. 일본에서는 일본어를 잘 하지 못하는 ‘조센의 여자아이’였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한동안 ‘재일교포’라고 불렸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특별한 존재’로 살았습니다. 귀국한 뒤에는 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했고요. 얼마 전 아들을 군대에 보내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최고의 애국을 했으니 더 이상 정체성이 흔들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제목은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정한 것이다. 일본에서 토끼가 새와 같은 단위를 쓰는 데서 착안했다. 일본에서는 동물을 셀 때 ‘마리’와 같은 뜻의 ‘히키(匹)’를 쓰는데 예외적으로 새는 ‘와(羽)’를 사용한다. 상식적으로 토끼를 셀 때 ‘히키’라고 써야 하지만 실제로는 ‘와’를 쓴다. 과거 새를 제외한 동물을 잡아먹지 못하게 한 일본 불교의 규율을 피하려 ‘와’를 쓴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 교수는 책에서 일본에서 살 때 겪었던 개인적 이야기를 시작으로 일본만의 독특한 역사적 맥락과 문화적 특징을 소개한다. 연인 사이도 음식을 먹은 뒤 각자 돈을 낸다거나 덧니를 매력의 포인트로 여겨 성형까지 하는 일본의 문화를 전할 때 그의 눈은 평범한 한국인의 시각에 맞춰져 있다. 그는 “반일이나 친일 중 하나에 초점을 맞춰서 책을 내자고 하는 출판사들도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며 “한국과 일본의 정치ㆍ역사적 갈등 같은 내용은 일부러 쓰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일본을 비판하기에 앞서 일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을 한국의 기준에 따라 이해하려 하면 오해가 커지고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 너무 가깝게 느끼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가깝기 때문에 타자로서 다른 점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니까요. 우리가 일본을 이해하지 않고 무조건 이해받으려 하면 더 큰 오해가 생깁니다. 일본의 잘못된 부분을 무조건 용서하고 받아들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최소한 그들의 시각에서 볼 수 있다면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뜻입니다.”

고 교수가 한국에 돌아와 산 지도 30여 년이 지났다. 그는 “한국에서 더 오래 살아서인지 시스템을 중요시하고 개인을 억누르는 일본 사회보다 우리나라가 숨쉬기가 더 편하다”면서 “하지만 최근 한국도 사회적인 강제와 통제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일본을 닮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고 교수는 대학에서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가르치는데 요즘 학생들은 자신보다 일본 문화를 더 잘 알고 있는 듯해서 자주 놀란다고 한다. “일본의 정치인과 역사의식을 비판하면서도 일본 문화를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경우를 가끔 봅니다. 그래서 더욱 일본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일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책을 계속 쓰고 싶습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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