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느낀 바를 말해라”에서 ‘바’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쓰고, “위 사람은 품행이 방정한바 이에 상장을 수여함.”에서 ‘-바’는 어미 ‘-ㄴ바’의 일부이므로 붙여 쓴다. 둘을 어떻게 구분할까?
먼저 의존명사, 즉 띄어 쓰는 ‘바’를 알아보자. 의존명사는 앞에 꾸미는 말이 있어야 하며 뒤에 조사가 붙을 수 있다. “우리가 나아갈 바를 밝혀 주십시오”에서 ‘바’의 앞에는 수식어 ‘나아갈’이 있으며 뒤에는 조사 ‘를’이 쓰였다. 따라서 여기서 ‘바’는 의존명사로서 띄어 써야 한다. 그리고 이때의 ‘바’는 ‘것, 줄, 경우’ 등과 같은 다른 의존명사들과 의미가 비슷하다. “예절을 모른다면 짐승과 다를 바가(것이) 있겠느냐?”, “나는 어찌할 바를(줄을) 모르고 허둥댔다.”, “그렇게 억지를 부릴 바에는(경우에는) 다 그만두자.”
이번에는 어미의 일부, 즉 붙여 쓰는 ‘-바’를 알아보자. 어미는 앞에 오는 어간과 한몸이 되어 한 단어를 이루며 원칙적으로 뒤에 조사가 붙을 수 없다. “네 죄가 큰바 응당 벌을 받아야 한다.”에서 ‘-ㄴ바’는 어간 ‘크-’와 결합하여 한 단어가 되고 뒤에 조사를 붙일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 ‘-ㄴ바’는 어미로서 붙여 써야 한다. 그리고 어미 ‘-ㄴ바’는 앞에 오는 어간의 종류나 시점에 따라 ‘-는바, -은바, -던바’ 등으로 바꿔 쓸 수 있으며, ‘-(으)므로, -(으)니까, -(었)는데’ 등과 같은 다른 어미들로 대체할 수 있다. “진상을 들은바(들으니까) 그것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인부들을 휘몰아 공사 기간 단축을 강요했던바(강요했으므로) 자연히 인부들이 불만을 가지게 됐다.” “서류를 검토해 본바(검토해 봤는데) 몇 가지 미비한 사항이 발견됐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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