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식 대한한방병원협회장
올해 초 출시된 ‘한방실손보험’이 인기다. 2018년 ‘한의 비급여 보장 표준약관’ 개선 추진에 앞서 특약 상품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일종의 ‘베타 출시’인 셈이다. 이에 최초 상품을 개발한 한 보험사는 출시 보름 만에 가입자 2,000명을 확보한 데 이어 다른 보험사들도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 9,000명을 확보하는 등 보험 소비자에게 선풍적인 인기다. 한방치료에 목 말랐던 의료 소비자들의 필요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현재 건강보험에서는 양방과 달리 한방치료의 상당수를 건강보험으로 적용하지 않고 있다. 한방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국민이 한방치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비급여 항목들의 비용을 고스란히 환자본인 부담으로 지불하고 있다. 즉, 한방의료기관에서 허리치료를 위해 추나요법을 받는 것도, 통증치료를 위해 약침 치료를 받는 것도, 질병치료를 위해 먹는 탕약도 모두 건강보험 적용 없이 환자 본인이 고스란히 전부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2009년 보장에서 제외되었던 한방의료 비급여에 대한 실손보험 보장을 많은 국민들이 갈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단적인 예가 현재 출시되고 있는 특약 보험상품에 대한 인기라고 생각된다. 사실 한의계에서는 2009년 실손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돼 한방의료가 실손보험 보장에서 제외되자 국민들이 양질의 한방의료를 편리하게 이용하려면 실손보험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국민권익위원회도 국민의 진료 선택권 보장을 위해서는 치료목적이 명확한 한방 의료행위에 대해실손보험 적용을 관계기관에 권고하면서 한의계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러한 여론이 커지자 보험업계와 한방의료계는 지난해 연말 극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올해부터 일부 보험상품에서 한방 비급여를 특약 또는 정액으로 보장하고, 추후 표준약관 개정을 통해 실손보험의 주 보험상품에 한방 비급여를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 역시 보건복지부 주도 하에 현재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연구용역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은 전국 한방 의료기관이 치료 방식과 수가 등을 표준화하는 것을 말한다. 표준임상지침이 완성되면 환자에겐 전국 어느 한방의료기관에서나 똑같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한방실손보험 손실을 걱정하는 보험업계엔 안정적으로 상품을 운영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방 비급여가 실손보험에 재진입될 수 있도록, 향후 용역결과에 따라 전체 한방의료기관들이 표준화된 진료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최근 실손보험 가입자가 3,400만명이 넘어섰다. 이른바 ‘제2의 의료보험’인 셈이다. 질 좋은 의료서비스 제공과 국민 진료선택의 확대 차원에서 보험업계와 한방의료계는 진정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국민들을 위한 방향으로 서로 노력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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