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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병동 대신 미국 여행 택한 할머니 끝내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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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병동 대신 미국 여행 택한 할머니 끝내 숨져

입력
2016.10.0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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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별세한 노마 바우어슈미트(앞쪽)가 생전에 아들 팀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쳐
1일 별세한 노마 바우어슈미트(앞쪽)가 생전에 아들 팀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쳐

항암 치료를 받는 대신 평생소원이던 미국 여행을 택해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던 91세의 노마 바우어슈미트 할머니가 투병 중인 암이 악화하면서 1일(현지시간) 여행 도중 별세했다.

노마 할머니의 유족은 이날 1년여간의 여정을 기록해온 페이스북 ‘드라이빙 미스 노마(Driving Miss Norma)’ 페이지에 “인생은 붙잡고 있기와 놓아주기 사이의 균형 잡기이다”라는 13세기 페르시아 시인 루미의 시구를 인용하며 “오늘 우리는 (노마를) 놓는다”라고 사망 소식을 전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따르면 노마 할머니는 지난해 8월 암 선고를 받은 후 아들 부부, 애완견 링고와 함께 레저용차량(RV)을 타고 미국 미시간주 북동부 프레스크아일 자택을 떠난 지 만 13개월 만에 워싱턴주 북서해안 산후안 제도를 여행하는 도중 숨졌다. 지난 8월 24일 작은 파티로 여행 1주년을 기념하기도 했던 그는 9월 들어 병세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산후안 호스피스 병원에 머물며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9월 말 “굿바이라고 말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라는 영국 작가 앨런 밀른의 ‘곰돌이 푸’의 명대사가 그의 페이스북에 게재되면서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8월 남편이 별세한 후 이틀 만에 자궁암 말기 판정을 받은 노마 할머니는 병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들 내외와 평생의 소원이던 미국 전국 여행길에 오르기로 결심했다. 병실에서 치료를 받느라 여생을 낭비하기 싫다고 다짐한 그는 이후 미국 30여개 주 80여개 도시를 여행하며 일약 세계 네티즌의 스타로 떠올랐다. 90세를 넘긴 할머니가 평생 처음으로 열기구를 타고, 굴을 맛보고, 물개와 입을 맞추는 등 소박한 소원을 이루는 장면이 연일 그의 페이스북에 올라오면서 전 세계 네티즌 수십만 명이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유명해진 노마 할머니는 이후 미 국립공원관리청의 초청을 받아 그랜드캐니언, 옐로스톤 등 20여개 명소들을 방문하는 등 잇단 ‘러브콜’로 행복한 여행을 이어갔다.

할머니는 “90년 평생을 살면서 단 한번도 갖지 못한 귀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라며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배웠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써 수많은 젊은이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여행 1주년 파티에서 케이크를 자르며 “생이 끝날 때까지 여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웃어 보였던 노마 할머니는 그러나 지난달부터 호흡조절장치를 착용한 모습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네티즌의 우려를 샀다. 결국 노마 할머니가 여행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영면하자 그의 페이스북을 구독했던 44만여 명의 네티즌은 애도의 글로 아쉬움을 달랬다. 호스피스 간호사인 매트 워터스는 “시한부 삶을 맞이한 환자들과 치료보다 인간의 존엄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유하는 사회를 기대한다”고 밝히는 등 2일까지 3만5,000여개에 달하는 댓글이 노마 할머니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1일 별세한 노마 바우어슈미트가 여행 중 애완견과 영화 '텔마와 루이스'를 페러디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쳐
1일 별세한 노마 바우어슈미트가 여행 중 애완견과 영화 '텔마와 루이스'를 페러디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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