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근이영양증 장한솔군 엄마와 함께 400m 달려
“전국체전 성화봉송은 우리 가족의 새로운 희망이 되었습니다”
근이영양증을 앓아 혼자 힘으로 거동할 수 없는 초등학생과 엄마가 나란히 제97회 전국체전과 제37회 장애인체전 성화봉송 주자로 나선다.
3일 충남도는 아산 신리초등학교 6학년 장한솔(12)군과 어머니 김희정(46)씨가 오는 6일 전국체전 성화봉송 주자로 나선다고 3일 밝혔다. 장군은 3살 때부터 희귀근육병의 일종인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다. 이 병은 골격근의 퇴화가 진행돼 근육이 약해지고 장애를 가져와 일상생활을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다.
김씨는 “한솔이가 제대로 서 있는 것은 물론 걸을 수 없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보통 아이처럼 클 수 없다는 진단을 받고 난 이후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한솔이는 학교에 갈 나이가 됐지만 뛰거나 계단 오르기를 할 수 없었다. 엄마는 다니던 직장도 퇴사하고 아들과 함께 등 하교해야 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솔이의 상태는 더 나빠졌다. 4학년 때까지 간신히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있었지만 이마저 올해부터는 휠체어를 타야만 움직일 수가 있게 됐다. 그런데도 엄마의 정성에 한솔이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학교생활을 잘했고 엄마의 마음까지 헤아릴 줄 아는 소년으로 자랐다.
하지만 한솔이에게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엄마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들이 점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성적이 떨어진 데다 얼마 전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죽고 싶다”라는 말을 해 엄마는 잠을 자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날 이후 엄마는 아들의 희망 찾기에 나섰다. 그러던 중 전국체전의 성화봉송 주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성화 봉송을 신청했다.
전국체전 성화는 3일 강화도 마니산과 아산 현충사에서 각각 채화돼 5일 동안 충남 도내 15개 시ㆍ군 99개 구간 952.5㎞를 달린다. 성화봉송 주자는 640명을 공개모집 했고 이 가운데 68명이 장애인이다.
성화 봉송주자는 만 15세 이상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충남도는 김씨 모자의 사연을 알고 선뜻 주자로 선발했다. 봉송구간도 집에서 가까운 구간으로 배정했다.
오는 6일 휠체어를 탄 아들은 성화를 들고, 엄마는 뒤에서 휠체어를 밀며 아산 트라펠리스 삼거리에서 지중해 마을까지 400m 구간을 달릴 예정이다.
김씨는 “한솔이가 성화 봉송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좋아한다”며 “성화 봉송을 계기로 한솔이가 살아있다는 것과 할 수 있다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길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아산=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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