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에게 결정타를 가해 미국의 운명까지 바꾸게 될지 모를 뉴욕타임스(NYT)의 트럼프 납세자료 특종보도는 탐사전문 여기자의 꼼꼼한 우편물 점검에서 비롯됐다.
2일 NYT가 공개한 취재과정에 따르면 신원을 알 수 없는 제보자의 우편물이 도착한 건 지난달 23일. 홍보물만 잔뜩 쌓인 우편물함을 매일매일 정리하는 게 습관이 된 수잔 크레이그 기자가 노란색 우편봉투를 발견했다. 트럼프의 세금문제를 추적해온 크레이그 기자는 봉투 속 자료에 흥분했지만, 처음에는 가짜일 거라고 생각했다. ‘트럼프 그룹’주소가 발신지로 찍힌데다가, 납세자료에 적힌 숫자도 조작 흔적이 의심됐기 때문이다. 천만ㆍ억 단위 숫자가 백만 단위 이하와는 인쇄 위치가 달랐다.
하지만 취재결과, 납세자료가 작성된 1995년 당시 프로그램이 9억 달러가 넘는 큰 숫자를 자동 입력하지 못해 벌어진 일임이 확인됐다. NYT 취재진이 설득 끝에 플로리다에서 만난 잭 미트닉 회계사는 “해당 문서는 내가 작성한 진본이 맞으며, 프로그램이 입력하지 못한 천만 단위와 억 단위 숫자는 IBM 타자기로 따로 찍어 넣었다”고 말했다.
8일만에 취재를 끝낸 취재진은 지난 주 토요일 트럼프 진영에 사실을 알리고 코멘트를 요청했다. 트럼프 캠프는 사실 여부 확인 대신, 타인 납세정보 공개를 금지한 실정법 위반을 이유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NYT 취재진은 처벌을 감수하고 토요일 밤 기사를 내보냈으며, 대선 판세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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