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대한 의혹이 공론화된 것은 뭐니뭐니해도 지난 4월 20대 총선이 결정타였다.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는데 그쳤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으로 참패, 121석에 그친 수준의 충격적 패배였다.
첫 물꼬는 조선일보의 7월 18일자 1면 보도였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와 넥슨간 부동산 부당거래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진경준 검사장과 넥슨간 주식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이 문제는 우 수석이 진 검사장을 제대로 검증했느냐는 논란으로 옮겨갔다. 이런 수순이었기 때문에 우 수석과 넥슨간 관계에 대해서도 이미 몇몇 언론사간 취재경쟁이 붙어 있었던 상태였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으나 우 수석을 꼼짝달싹 못하게 할 정도는 아니다는 판단 아래 추가 취재 중이었다”고 말했다. 그 때 조선일보가 먼저 치고 나온 것이다.
때문에 이 보도는 우 수석 개인에 대한 정밀 타격이라기보다는 ‘청와대에 대한 정무적 비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충격적 총선 패배로 돌아선 민심을 확인했으니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도 청와대가 힘을 조금 빼야 한다는 고언이었다는 얘기다.
조선일보의 청와대 공격에 TV조선도 7월 27일 미르재단 의혹을 터뜨리면서 가세했다. 재단과 대기업 관계자들 발언 등을 토대로 ▦미르재단이 설립 두달 만에 500억원을 모았고 ▦여기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개입이 있었고 ▦덩치 큰 문화재단이라는 데 하는 일은 딱히 없다는 의혹이었다. 8월 초엔 K스포츠재단에도 똑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이 두 재단은 청와대의 ‘비선조직’아니냐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청와대는 이런 비판을 완전히 반박했다. 우 수석을 감찰하고 양 재단을 내사한 것으로 알려진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국기문란”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내친 데 이어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합작해 대통령 흔들기에 나섰다”는 평을 내놨다. ‘우군’으로 여겨지던 조선일보와 TV조선을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지목한 셈이다. 8월 29일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 호화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사실까지 공개했다. 송 주필은 사퇴했지만, 청와대가 쥐고 있는 카드가 아직 더 있다는 풍문이 나돌았다.
이로써 싸움은 끝나는 듯 했으나 한겨레신문이 9월 20일 K스포츠재단에 최태민 목사의 다섯째 딸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보도를 내놓으면서 다시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조태성기자 amorfa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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