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에는 한 때 ‘쓰리고’가 있었다. 1988년생 동갑 고명진-고요한-고광민(28) 3인방을 뜻하는 말이다. 고명진은 카타르 프로축구 알 라이안으로 이적해 현재 해외에서 뛰고 있고, 고요한과 고광민은 여전히 서울을 지키고 있다.
먼저 유명세를 탄 건 고명진과 고요한 ‘투고’였다. 둘은 중학교를 그만두고 일찌감치 프로에 뛰어들었다. 구단의 유망주 조기 육성 정책에 따라 고명진은 2003년 석관중, 고요한은 2004년 토월중을 중퇴하고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2004년 도봉중을 중퇴하고 서울에 입단한 이청용(28ㆍ크리스탈 팰리스)과 같은 케이스다.
고명진과 고요한은 2011년 말 최용수(45) 장쑤 쑤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부터 팀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국가대표에도 고요한은 2009년 10월, 고명진은 2011년 5월 발탁됐다.
이에 비해 수비수 고광민은 좀 늦게 빛을 봤다.
아주대를 졸업하고 2011년 서울에 입단했지만 그의 자리는 없었다. 고광민은 왼쪽과 오른쪽 수비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지만 서울에는 오른쪽 차두리(36ㆍ은퇴), 왼쪽 김치우(33) 등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었다. 프로 1~3년 차 때 교체 요원으로 띄엄띄엄 경기에 출전했지만 고광민은 좌절하지 않았다. 훈련량만큼은 팀 내에서 따라갈 자가 없었다. 최용수 감독은 고광민을 보며 “훈련 태도와 성실함으로 보면 무조건 베스트11에 들어가야 맞다. 하지만 아직 덜 다듬어졌다”고 안타까워하며 “언젠가 대성할 선수다”라고 깊은 신뢰를 보였다. 2014년부터 고광민은 진가를 발휘했다. 최 감독이 공격적인 스리백을 핵심 전술로 활용하면서 고광민을 중용했다. 그는 대학시절까지 공격수였다. 서울 입단 초기에도 측면 공격수로 뛰었다. 수비수치고 빠르고 드리블이 능하다. 여기에 수비수로 전향한 뒤 국가대표급 선배들과 포지션 경쟁을 펼치며 깊은 내공을 쌓았다. 고광민은 2014년 정규리그 20경기, 작년 28경기, 올 시즌 현재도 28경기를 소화해 완전히 주전으로 자리를 굳혔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도 달았다.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대표팀 감독이 카타르(6일ㆍ홈), 이란(11일ㆍ원정)과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3ㆍ4차전을 앞두고 발표한 23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용(30ㆍ울산)의 부상으로 인한 대체 발탁이지만 학창시절부터 연령별 대표 한 번 못 해봤던 그는 생애 첫 국가대표의 감격을 안았다.
지금 슈틸리케 감독은 좌우 측면 수비수 부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을 모두 뛸 수 있는 고광민이 이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 줄지도 관심이다. 대표팀은 3일 수원에서 소집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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