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테러에서 살아남았던 미국 남성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주 호보컨역 통근열차 충돌사고에서도 목숨을 건져 화제다. 뉴저지 뉴밀퍼드에 거주하는 타히르 쿠레시(42)씨가 주인공이다. 그는 이날 평소처럼 ‘뉴저지 트랜짓’의 통근열차를 타고 호보컨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던 중 열차가 기차역 승강장으로 돌진해 벽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쿠레시씨는 가장 크게 파손된 열차의 제일 앞 칸에 타고 있었다. 기관사가 보이는 자리였다고 한다.
하차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 있던 그는 충돌의 여파로 쓰러졌다. 굉음을 듣고 폭탄이 터진 줄 알았다는 그는 “눈을 떠보니 천장이 무너져 내 머리 앞에 있었고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방에 비명이 가득했지만 구조작업이 시작되면서 그는 다른 승객들과 함께 응급 탈출구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갔다. 경미한 부상을 입은 그는 뉴욕포스트 등 지역 언론에 “축복받은 느낌”이라며 “살아있다니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9ㆍ11 테러가 나던 아침에도 그는 출근 중이었다.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남쪽 빌딩 98층에 있는 자신의 회사 ‘마시 앤드 맥레넌’으로 출근하기 위해 건물 1층 출입문을 막 들어선 직후 비행기가 건물에 충돌했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연기를 많이 들이마시고 무릎에 타박상을 입긴 했지만 그는 건물을 빠져 나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회사에서는 300명에 가까운 직원이 숨졌다. 남편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은 쿠레시씨의 아내는 “기적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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