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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360도] ‘무도’떠나 새로운 길을 결정한 정형돈

입력
2016.10.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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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특집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에 까메오로 출연한 정형돈. 무한도전 캡쳐
지난달 10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특집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에 까메오로 출연한 정형돈. 무한도전 캡쳐

정형돈(38)은 다재다능한 연예인이다. 2002년 KBS 17기 공채 개그맨으로 방송 활동을 시작해 KBS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다수의 유행어를 만들어 내며 주목을 받았다. 대한민국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MBC ‘무한도전’에서도 자기 자리를 확실히 찾았고, 이후 케이블TV인 MBC 에브리원의 ‘주간아이돌’,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등의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 진행자(MC)의 능력도 유감없이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주간아이돌의 공동 MC인 랩퍼 데프콘과 함께 ‘형돈이와 대준이’라는 힙합 듀오까지 결성해 노랫말까지 썼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정형돈의 매력은 무엇일까. 팬들은 그의 수더분하고 평범한 이미지와 대비되는 다혈질적이고 공세적인 태도, 반면에 눈물도 자주 흘리는 풍부한 감성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으로 넘어오며 초창기 적응하지 못한 어색함을 오히려 웃음코드로 바꾼 남다른 재능을 꼽는다. 그런 점에서 정형돈은 ‘모자란 사람들의 성장스토리’로 요약되는 무한도전 프로그램의 10여년 역사와 가장 걸맞는 인물이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정형돈이 불안장애로 방송활동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자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녹화 중에 숨도 쉬기 힘들 만큼 괴로웠다는 그는 수년 전부터 “운 좋게 잘 되다 보니 밑천이 드러날까 봐 불안하다”, “누가 나를 찌를 듯한 불안감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2013년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No스트레스’편에서 심리전문가의 진단으로 출연자 가운데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멤버로도 꼽혔다.

불안장애는 비단 정형돈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연예계에서 불안장애의 일종인 공황장애로 고통을 받는 연예인들 소식이 줄을 이었다.

개그맨 이경규도 2012년 방송 프로그램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약을 먹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당시 그는 원인 모를 가슴 통증에 시달렸고 초조와 불안 때문에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가수 김장훈도 공연 전에 공황장애로 쓰러진 적이 있고 배우 차태현도 “경쟁 드라마에 톱스타가 캐스팅되고 내가 출연한 드라마의 시청률이 하락하면서 공황장애를 앓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불안장애로 고통받은 연예인들 중에 방송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한 예능 PD는 “모 개그맨은 촬영 중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손을 떠는 바람에 촬영을 중단하고 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했다가 다시 촬영했다”며 “아예 출연자가 더이상 촬영을 하지 못하겠다’며 포기한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메라 뒤에 선 제작진들은 모두 이어폰을 끼고 서로 이야기를 하며 출연자를 주시한다”며 “마치 ‘어디 한번 해 봐’라는 분위기여서 출연자의 부담감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형돈의 지난달 21일 주간아이돌 녹화 모습. MBC 에브리원
정형돈의 지난달 21일 주간아이돌 녹화 모습. MBC 에브리원

그렇게 불안장애로 방송을 떠났던 정형돈이 10개월만에 돌아왔다. 주간아이돌 MC로 다시 복귀했고 지난달 22일 형돈이와 대준이의 새로운 신곡 ‘결정’을 공개했다. 이번에도 가사를 쓴 정형돈은 노랫말로 새로운 결정과 시작을 담담하게 전했다. 팬들은 그의 건강의 회복을 기뻐하고 새로운 모습을 기대했지만 일각에서는 무한도전에 복귀하지 않아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형돈은 우선 2011년부터 진행한 토크쇼 주간아이돌로 카메라 앞에 선다. 그는 지난달 21일 주간아이돌 녹화장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약을 많이 줄였고 조절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무한도전 하차에 대해 “그릇이 작아 그렇게 됐다”며 아직 복귀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형돈은 복귀와 더불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한중 합작 웹영화의 시나리오 작가 데뷔가 바로 그것이다. 무한도전을 보며 예능 PD의 꿈을 키운 한 종합편성채널의 김지연(가명ㆍ29) PD는 “정형돈은 작가라는 또다른 능력을 개발해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며 “이제 무한도전을 벗어나서 진짜 정형돈의 세상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형돈의 방송 복귀와 함께 주목받는 것은 무한도전의 시즌제 도입이다. 이는 곧 그의 하차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온 무한도전은 너무 높은 대중의 기대치와 이를 부응하기 위한 제작진 및 출연진의 혹사 문제가 불거지며 재충전을 위한 시즌제를 도입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 PD는 “무한도전의 근무환경은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견뎌낼 수 없을 정도로 극한의 상황이라고 본다”며 “방송 PD들은 김태호 PD를 같은 PD로써 존경은 하지만 부러워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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