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야당생활로 인해 YS는 골프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YS가 어쩔 수 없는 정치적 환경으로 인해 골프채를 들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으니 그게 1989년 10월 YS-JP 골프회동이다.
당시 1여 3야이던 정치권은 5공 청산이 화두였다. 노태우의 민정당에 맞서 제1야당 평민당을 이끌던 DJ와 민주당의 YS, 그리고 공화당을 대표하는 JP는 수시로 만나 5공 청산 작업을 논의했다. 이른바 신 3김 시대의 절정이었다.
1989년 10월 2일 이른 아침, 민주당 김영삼총재는 드라이버를 들고 안양컨트리클럽 티 박스에 섰다. 골프를 즐기는 공화당 김종필총재의 초청을 받은 것이다. 승부욕만큼은 누구 못지 않던 YS가 있는 힘껏 골프채를 휘두르자 이를 바라보던 모두의 입에서 ‘어’ 소리가 난 후 폭소가 터져 나왔다. 너무 힘을 준 나머지 공은 맞추지 못한 채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어버렸기 때문이다.
얼굴은 벌개졌지만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일어난 YS는 이날 JP와 함께 36홀을 돌았다. 민주당황병태 총재특보와 공화당 김용환 정책위의장이 같은 팀을 이뤘고 이튿날 신문 제목은 ‘김영삼 김종필 골프회동, 5공 청산 연내 매듭’이었다.
92년 대통령에 당선되며 골프를 끊은 YS는 이제 고인이 되었고 만년 2인자였던 JP는 작년 말, 휠체어에 의지한 채 한 홀을 돌며 과거를 추억했다. 요즘은 골프 치는 정치인을 보기 힘든 시대다. 손용석 멀티미디어부장 st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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