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만명 청렴서약식 열어
“국민께 실망ㆍ충격 안겨 송구”
김형준 구속에 또 머리 숙여
검찰총장 공식사과 10년간 6회
“진경준 사태 때도 재발방지 약속”
검찰 안팎에선 싸늘한 시선
수사 무마 청탁ㆍ스폰서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준(46) 부장검사가 구속된 가운데 김수남 검찰총장이 30일 “정의로운 검찰을 바라는 국민들께 실망과 충격을 안겨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진경준(49ㆍ구속기소) 전 검사장에 이어 김 부장검사 등 검찰 간부급 인사들이 잇따라 구속되자 고개를 숙인 것이다. 그러나 국민을 상대로 정식으로 사과 자리를 마련한 것도 아닌 데다 근본적으로 비리를 뿌리뽑을 개혁안은 빠져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전국 64개 검찰청사에서 검사와 수사관 등 검찰 구성원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청렴서약식을 열고 검찰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투명한 소통과 당당한 교류만을 하겠다고 서약했다.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많은 국민들은 검찰이 그 누구보다 정의롭고 청렴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저 스스로도 우리 내부의 청렴도를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고서는 검찰이 제대로 설 수 없다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공정하지 않으면 옳은 판단을 할 수 없고, 청렴하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면서 “사정의 중추기관이자 청탁금지법의 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으로서 법 시행을 성찰의 기회로 삼아 그 동안의 문화와 관행에 문제가 없는지 살피고 우리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구성원들에게 검찰의 존립기반인 공정과 청렴을 솔선수범해 청탁금지법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당부도 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검찰총장의 무게감이 무색할 정도로 검찰 비리가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면서 역대 검찰총장들이 했던 것과 같은 사과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연루된 비리에 대해 검찰총장이 공식 사과한 사례는 최근 10년 동안 6번이나 있었다. 김 총장은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7월 전국 고검장 간담회를 긴급 소집해 진 전 검사장의 뇌물수수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철저한 수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었다. 김 총장의 사과가 검찰 내부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도 없고, 국민에게 공감도 얻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이번 사태를 검사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검찰총장이 사과를 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진 전 검사장 사태 이후 마련된 태스크포스(TF)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전에 이 같은 일이 반복됐는데도 이미 예정된 청렴서약식을 빌어 사과하고, 실효적이고 강력한 개혁안이 빠져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 출신 원로 변호사는 “1999~2006년 이어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비롯해 이미 수많은 시도를 통해 제도를 개선했고 할 만한 개혁은 다 해봤지만 이 같은 검찰 내 비리가 반복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사회분위기가 바뀌고 검사 숫자가 늘면서 이제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검사 한 사람 한 사람이 의식개혁을 통해 다시 무장하고 감찰을 강화하는 근본처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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