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대기질 상태 양호해도
미세먼지 농도 일시적 상승 잦아
가을은 바람 적어 오염물질 정체
中 동북지역 난방도 15일께 시작
미세먼지의 계절이 돌아왔다. 설악산에 첫 단풍이 시작되는 등 가을이 본격화하며 청명한 대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통상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10월 중순이 가까워지면서,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양호할지 몰라도 일시적으로 고농도를 띄는 날들이 나타나고 있다.
30일 국립환경과학원과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대구의 하루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18㎍/㎥로, 예보 기준 ‘좋음(30㎍/㎥ 이하)’에 해당됐다. 그러나 이날 농도 최고값은 99㎍/㎥까지 올라가 ‘나쁨(81~150㎍/㎥)’에 해당됐다. 전북은 평균값이 44㎍/㎥로 보통(31~80㎍/㎥) 수준이었지만, 최고값은 132㎍/㎥로 ‘매우 나쁨(151㎍/㎥ 이상)’에 근접했다. 경기(평균 19㎍/㎥ㆍ최고 92㎍/㎥)와 대전(22㎍/㎥ㆍ101㎍/㎥) 충북(17㎍/㎥ㆍ88㎍/㎥) 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28일도 상황이 비슷했다. 부산의 하루 평균농도는 27㎍/㎥이었는데 최고값은 143㎍/㎥까지 치솟았다. 경남(평균 32㎍/㎥)도 91㎍/㎥까지 상승했으며, 경기(38㎍/㎥)도 최고 90㎍/㎥까지 올라갔다. 27, 28일에는 전국 곳곳에서 가을비가 내렸다. 통상 비가 오면 미세먼지가 빗물에 씻겨 대기질이 쾌적해진다고 알려졌지만 곳곳에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이틀간 전국 어디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나쁘다고 집계된 곳은 없었다. 현행 미세먼지 예보체계는 좋음부터 매우 나쁨까지 4단계로 이뤄지고 있다. 일시적으로 대기질이 악화돼도 ‘한때 나쁨’과 같은 구분은 없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 농도가 본격 짙어지는 10월 중순까지 대기질이 일시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 어린이나 노약자, 호흡기질환자의 경우 평균값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고농도 미세먼지에 잠깐 노출돼도 건강을 위협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1~2시간의 짧은 고농도 노출에도 천식발작이나 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평균농도뿐만 아니라 기준치 초과 여부와 정도를 유념해 대기 상태를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봄ㆍ가을에 어김없이 미세먼지라는 불청객이 찾아오는 이유는 계절적 요인이 크다. 여름과 겨울의 경우 각각 북태평양고기압과 시베리아고기압이라는 한반도 주변 큰 기압골 영향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대기오염 물질이 외부로 쉽게 날려간다. 반면 봄ㆍ가을은 한반도를 지배하는 기압골이 없어 바람이 적고, 대기가 정체돼 오염물질이 오래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가을은 기온이 내려가면서 난방 수요가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에서 보일러 등 난방장치가 가동되면 국내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준다. 송창근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중국 동북지역이 10월 15일 전후로 보일러를 틀기 시작하는데 화석연료가 연소됐을 때 나오는 질소산화물 등이 한반도로 날아 와 미세먼지로 탈바꿈한다”고 설명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올 겨울은 평년보다 추울 것으로 예상돼 난방이 증가하면 작년 가을보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