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백계는 없었다.
전북 현대가 승점 9점 감점, 1억 원의 벌과금 징계를 받았다. 프로축구연맹은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전북 스카우터 A씨는 2013년에 5차례에 걸쳐 두 명의 심판에게 500만원을 건넨 사실이 지난 5월 검찰 수사로 드러났고 지난달 28일 법원 판결을 통해 유죄가 확정됐다.
조남돈 프로연맹 상벌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 명의 심판이 금품을 받고 심판을 본 8경기에서 전북이 얻은 승점(12점) 그리고 해당 경기에서 실제 승부조작이 있었는지 여부(법원과 연맹 모두 집중 조사했지만 승부조작 흔적은 발견되지 않음) 등을 고려해 9점을 깎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처벌 수위는 작년 말 이미 징계를 받은 경남FC의 전례가 있어 어느 정도 예상이 됐다.
경남은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전 대표이사가 코치를 통해 4명의 심판에게 6,700만 원을 건넨 혐의가 발각돼 승점 10점 감점, 벌금 7,000만원 징계를 받았다. 조 위원장은 “경남은 사장이 직접 비자금을 조성한 반면 전북은 구단이나 코칭스태프 차원에서 가담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금품의 출처, 액수 등에서 차이가 크다”면서도 “스카우터 급여 수준(8,000만원)에 비춰볼 때 1회 100만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며 이번에 금품수수를 한 심판들이 경남에도 이미 부정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점 들을 미뤄볼 때 어떤 청탁도 없었다는 스카우터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전북 구단이 최소 묵인한 것 아니냐는 정도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축구계에서는 당장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해 200억 원을 넘게 쓰는 전북 구단에 1억 원 벌과금은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전북은 올해 18승14무(승점 68)로 K리그 클래식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번 징계로 승점이 59로 깎이며 2위 FC서울(16승6무10패ㆍ승점 54)과 격차가 5점으로 좁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선두다. 징계의 실효성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조 위원장은 “이 문제로 장시간 토의가 있었다. 하지만 징계를 내리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리그의 사정 등은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징계의 객관성을 잃을 수 있다. 징계의 경중 여부는 각자 판단하기 나름일 것이다”고 답했다. 올 시즌 순위 다툼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면 승점 감점 징계를 내년 시즌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징계는 가능할 때 바로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순위 다툼 등의) 요소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전북은 사건 발생 뒤 반성의 기미 없이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장은 “전북은 오로지 개인의 일탈이고 구단은 아무 연관이 없다는 입장만 내비치고 상벌위 조사 및 자료요청에 성실하게 협조하지 않았다. 전북 스카우터는 진술서를 보내라는 (연맹의)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이날 징계에 대해 한 축구인은 “술은 마시고(돈을 받고) 운전(심판)은 했지만 사고(편파 판정)를 내지 않았으니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논리와 똑같지 않느냐”고 혀를 찼다. 다른 관계자도 “환부를 제대로 도려내지도 못했고 뿌리 뽑을 기회도 놓쳤다”고 비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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