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호보컨역 열차 사고
감속 실패한 열차 충돌 후 탈선
100여년 된 낡은 역사 천장 붕괴
원인 불명… 1명 사망ㆍ114명 부상
뉴저지트랜짓 전 열차 운행 중단
미국 뉴저지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사고로 미국 사회가 또 한번 놀랐다. 속도를 늦추지 못한 열차가 승강장으로 돌진하면서 기차역 구조물을 들이받는 바람에 역사 주변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하게 변했으며 지금까지 1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최근 뉴욕과 뉴저지에서 잇따라 폭발물이 발견되면서 테러에 놀란 주민들은 이번에도 테러를 의심하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미국 CNN방송 등 언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오전 8시 45분쯤 뉴저지주 호보컨역으로 들어오던 통근열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역으로 돌진해 승강장과 부딪친 후 탈선했다. 사고의 여파로 파편에 맞은 여성 1명이 숨지고 최소 114명이 부상을 입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열차는 운행노선의 마지막 역인 호보컨역으로 진입하면서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 열차는 지정된 정지선을 넘어서도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고 충돌방지판을 치고 떠올라 승강장을 덮친 후에야 멈췄다. 현재까지 알려진 유일한 사망자는 승강장에 서 있던 파비올라 비타 데 크룬(34)으로 브라질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성이었다.
이외에도 열차에 타고 있던 114명이 부상을 입었고 이 중 74명은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고 열차 운영사 뉴저지트랜짓은 밝혔다. NBC뉴욕방송에 따르면 머리와 코에 상처를 입은 승객들이 한때 흙더미에 깔려 비명을 지르거나 울부짖는 등 혼란에 빠졌으나, 구조대와 부상당하지 않은 승객들이 합심해 구조작업을 벌인 끝에 대부분 무사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가 발생한 호보컨역은 뉴욕시와 허드슨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주요 교통 거점이라 사고열차에도 많은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게다가 1907년에 지어져 미국 정부가 사적지로 지정할 정도로 오래된 역사가 열차와 부딪치면서 천장이 열차 위로 무너져 내렸고, 역사와 직접 충돌한 앞쪽 2칸의 천장도 무너졌다. 출근시간대여서 조금이라도 빨리 내리려는 승객들이 주로 앞쪽 칸에 몰려 있었기에 인명피해도 더 컸다.
사고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테러 가능성은 제외하고 기관사의 과실 가능성을 중심에 놓고 조사 중이다. 기관사 토머스 갤러거(48)는 병원 치료를 마치고 사법당국에 협조하고 있다고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지사는 밝혔다. NTSB는 열차의 블랙박스를 포함해 역사 등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운영사 뉴저지트랜짓은 모든 열차 운행을 무기한 중단했다.
현지 언론들은 사고 열차에 속도저감장치(PTC)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PTC는 GPS시스템을 활용해 열차가 특정 지점에서 지나치게 빠르게 운행할 경우 속도를 늦추도록 기관사에게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시스템으로, 경고 이후에도 속도가 줄지 않을 경우 열차는 자동으로 정지하게 돼 있다.
미국 NBC방송은 총 440대에 이르는 뉴저지트랜짓의 모든 열차에는 PTC가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기관사들도 운용훈련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의회는 2008년 PTC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했고 2015년 말까지 모든 열차에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뉴저지트랜짓을 비롯한 몇몇 기업들이 “지나치게 비싸고 복잡한 시스템”이라는 점을 들어 설치시한 연기를 요구하며 폐업하겠다고 위협했고 결국 설치시한은 2018년 말로 연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대부분의 유럽열차에 PTC가 설치된 것과 달리 미국 열차의 안전도는 의심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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